새는 알을 깨고 나오고 그것은 그대로 하나의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아무도 살지 않는 어느 작은 섬에서 한 그루의 야자수가 쓰러졌을 때 그 소리를 들은 이가 없으므로 소리가 나지 않은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 이치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단 하나일까?
세상을 통째로 바꾸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나'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나'를 바꾸는 데 골몰하는 사춘기 - 물론 그 때는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 의 초입이 바로 "루트196"(14) 나 "루트225"(15) 즈음이겠지. 그 나이때는 누구나 한번 쯤 헨델과 그레텔,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되니까.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성격의 에리코와 의존적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생 다이고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 자체는 진부한 노선이지만 소재와 상황의 참신함과 신비로움이 그 단점을 덮어준다.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은 발군.
원래의 세계와의 유일한 연락수단인 전화카드의 메타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점점 잔액이 줄어들며 결국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전화카드는 시간은 물론 성장의 방향성을 빗대는데 더 없이 만족스러운 소품이다.
작가가 A -> B -> A' 의 도식과 "구조"라는 그럴싸한 단어와, 미아의 메타포를 이용해 넌지시 일러주는 이야기를 루트225에서 방황하던 시절의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더 자신있게 나를, 그리고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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