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눅진하게 젖어버린 새우튀김처럼 척추를 옹송그린채 잠들어 있는 너를 본다 오늘도 쉰내나는 새벽이 나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녹슨 명찰을 박음질한다 아버지, 아버지라고 쓰여있다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마치 빌린 양복을 입고 모르는 이를 문상하는 것처럼 세상은 나를 아버지라 하지만 나홀로 의심한다 쉰내나는 새벽에,
멀건 식탁에 고등어 한 토막 올려놓지 못해 대신 새벽의 한 끄트머리를 잡아끌어 이렇게 한 장의 반성문을 남긴다 '미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편지를 남긴다 내가 아버지라면, 나도 아버지라면 아들아, 어젯밤 소주잔에 말아 울컥 넘겨버렸던 수 많은 '미안'에 아직 배부른 것이 이 땅의 아버지들이다 한 시간 내 고된 노동과 십 분 너의 단잠을 바꾸는 것이 수지 맞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이 땅의 아버지들이다.
곡괭이를 싣고 트럭의 핸들을 잡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네가 오늘 하루 나의 명찰이다 아들아, 어제보다 한 뼘 줄어든 어깨너비로 새벽을 힘껏 가르는 내 뒷모습이 오늘 너의 기지개를 만들 수 있다면 아들아 너의 웅크린 잠이 나의 명찰이다 나의 새 이름이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