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서
사막을 목말라 하던 이구아나가
아웃백에 들어간다

시원한 콜라 한잔과
두고 온 고향을 주문한다

굽기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뜨겁게 익혀 주세요
음료랑 숲 먼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구아나는 숲을 떠먹으며
솟대같은 남산타워를 내다본다
따끔,
바늘에 찔린 하늘이
비라도 뿌릴 것 같다

손님,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냅킨을 두르고
뜨겁게 익은 고향에
서걱서걱,
칼질하는 이구아나
어쩐지 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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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눅진하게 젖어버린 새우튀김처럼 척추를 옹송그린채 잠들어 있는 너를 본다 오늘도 쉰내나는 새벽이 나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녹슨 명찰을 박음질한다 아버지, 아버지라고 쓰여있다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마치 빌린 양복을 입고 모르는 이를 문상하는 것처럼 세상은 나를 아버지라 하지만 나홀로 의심한다 쉰내나는 새벽에,

        멀건 식탁에 고등어 한 토막 올려놓지 못해 대신 새벽의 한 끄트머리를 잡아끌어 이렇게 한 장의 반성문을 남긴다 '미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편지를 남긴다 내가 아버지라면, 나도 아버지라면 아들아, 어젯밤 소주잔에 말아 울컥 넘겨버렸던 수 많은 '미안'에 아직 배부른 것이 이 땅의 아버지들이다 한 시간 내 고된 노동과 십 분 너의 단잠을 바꾸는 것이 수지 맞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이 땅의 아버지들이다.

        곡괭이를 싣고 트럭의 핸들을 잡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네가 오늘 하루 나의 명찰이다 아들아, 어제보다 한 뼘 줄어든 어깨너비로 새벽을 힘껏 가르는 내 뒷모습이 오늘 너의 기지개를 만들 수 있다면 아들아 너의 웅크린 잠이 나의 명찰이다 나의 새 이름이다 아들아.





잘 안되네;;
에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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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탁 [20070529]

Poet 2007/05/29 18:20


썩어져 고마운 것도 있다

홍탁 눈을 뜨고
시들어진 시간처럼 문득 일어나
드잡이를 걸었다
마른 빗물처럼 곰팡내 도는
저 숨소리가 그날의 내 것
이었다니
묵묵히 눈 마주하면 어쩔 줄 몰라
이럴 줄은
몰랐었다
그 숨
정지는 죄악
부패는 형벌이라 믿으며
뜀박질 하던 그 맹렬한 맛

삭힌 삶을
누구도 단박에 씹어
넘길 수 없는 이유로 홍'탁'이란다

그 맛
썩어져 고마운 것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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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탁에
피멍든 심장 하나 올랐다
젓가락을 기다리며
어금니를 기다리며

무기라고는 오로지 생명
이름 대신 自由라 적어 넣고
방패 너머로 던져 올린
주인 모를 장기 하나
송곳니 아래 썰물처럼
숨 죽인 이여 보라고
가지지 못한 이의 함성이
얼마나 아팠던가를
폭죽처럼 터지는 혈관이
얼마나 화려했던가를

오늘은
그들이 피 뿌린 텃밭에 나가
멍든 심장 한 포기 걷어 왔으니
되도록 잘근잘근 곱씹도록 하자
어금니에 눈물이 맺히도록
아무리 잘게 썰어내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民主의 피고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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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처럼 허리가 약한 이들
접혀 돌아와 차곡차곡 처박히는 곳
한숨 새어나갈 창문 하나 없는 것이
꼭 나 사는 모양을 닮았다
등 짓밟힌 지렁이마냥 꿈틀대는

오류로 나
오열로 살 날만 남았다면
다문 며칠 몇 시간이라도
이제 나도 전세에 살고 싶다
퇴근 종소리 속으로
사뿐 걸어 들어가
하이얀 벽지를 바르고 싶다
비 오는 날은 울컥
말끔히 청소도 해보고 싶다

빌려다 쓰고
제자리 되놓고 가는 것이
사는 거라면
내 이름 석자
다 쓰고 가는 날에는 꼭
전셋집에 놓아두고 떠나고 싶다
두  해마다 관뚜껑을 열어
내 이름 누운 자리를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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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까마귀는 까마귀지만 갈까마귀인 관계로 까마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천 개의 깃을 치면
까마귀가 될 수 있다 말하지 마라
천 개 그 다음 첫 번째에 오는
그 구부러진 잿빛을 너는 아느냐
죽은 것들의 부리가 떠도는 도시
방향을 잃고 멈춰 선 전봇대에서
나의 渴은 어느 전선을 타고 찾아와
허파에 갈색 이름을 새겼나

너를 먹으려 한다
변함없는 너의 이름이 나는 고까워
죄 없는 너를 찾아 그 검은
깃털을 찾아
오, 너 끝없이 까마득한 이정표여
수평선 위에서 어른거리며
목마름을 삼키는 검은 구멍이여

- 왜냐하면 갈까마귀로 태어났기 때문에, 지독하게 검은 빛을 본 순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용서해야 될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무작정 그 안으로 뛰어들어 죽었을지도, 꼭 그래야 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갈까마귀로 태어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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