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風속성 2
방랑자의 반댓말이 정착민이라고 손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가슴에 바람風을 품을 자격이 없다. 그런 이들의 머릿속에는 고정된 안락에 대한 미련이 아직도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방랑의 대척점에 서 있는 단어는 바로 순례다. 우리 바람을 사랑하는 이들은, 매일 신발끈을 고쳐 묶으며, 움직이지 않는 것은 절대로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적지의 유무만이 차이가 될 수 있다. 방랑과 순례를 적절하게 교차반복시키는 바람이 되리라. 때로는 풍요롭게, 때로는 주밀하게.
2. 서울역에서 중랑천까지
그 전화를 끊었을 때, 그러니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고집의 끝을 살짝 스쳐지나갔을 때,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네 분노의 원인을 찾아서 모든 껍질을 하나씩 벗겨나가 결국 남은 고갱이라는 것이 내게는 단지 너의 아망일 뿐이라고 느껴졌던 그 직후에, 나는 바로 나의 잘못을 깨달았다. 남자들은 모두가 안다. 모든 충돌상황에서 여자는 해답이 아니라 공감을 원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다면 그런 말이 유명해졌을리조차 없겠지. 어쨌든 나는, 이러다가는 나중에라도 정말 한번은 큰일 나겠다 싶어 충고를 아니, 충고의 가면을 썩 어설프게 뒤집어 쓴 질책을 내뱉었고, 너는 마치 세상이란 혼자 나서 혼자 가야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사람처럼 슬픈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갈 마음을 먹었다. 꽤나 빠른 결단이었다. 내 얼굴을 마주보고 너는 울었지만, 나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당장의 네 마음을 풀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내일의, 혹은 모레의 네 마음이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악역을 하였다. 나는 네 편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나는 말했다. 거짓말, 이라고 대답하는 너의 눈에서 말과는 달리 나를 믿어주는 빛을 느꼈기 때문에 안심했다. 그리하여 너와 함께 걸어온 두 시간 삼십 분 동안, 그 언젠가 노래방에서 I'm my fan 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2절까지 이어부르던 너의, 가장 큰 팬이 되어주리라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아까 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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