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니 땐 굴뚝에 손가락질을 하다
미스터 피자 옆 좁은 골목을 통해 할렘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다 웬 여고생과 눈이 마주쳤다. 'ㄱ'자 모양으로 꺾이는 골목의 모퉁이에 기대 서서 고개만 살짝 내 놓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얼른 머리를 쏘옥 집어넣는다. 담배라도 태우고 있겠거니 생각하고는 피차 신경쓰이지 않게 얼른 지나가려고 보폭을 크게 잡았다. 모퉁이에서 방향을 바꾸고 보니 교복 입은 여학생 세명이 쪼그려 앉아 있긴 했는데 담배는 피고 있지 않았다. 잠깐의 어색한 눈빛 교환 시간을 맞이한 후 4人 모두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피차가 하던 일을 재개하였다. 큰 보폭에 빠른 걸음으로 걸었던지라 3초 만에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국면을 벗어나긴 했지만 뭔가 뒷맛이 씁쓸하게 남았다. 단지 여고생이 골목 모퉁이에 숨어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 나는 왜 저 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피고 있다고 단정지은 것일까? 왜 아무 잘못도 없었던 그 학생들은 골목에 숨어 눈치를 보았던 것일까? 왜 우리는 서로 어색하게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고 왜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한 것일까?
2. 육실헐 종아리 역모 사건
이런 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운동을 재개한 지 삼일째. 이틀은 적응 훈련, 워밍업, 준비 체조, 간보기, 하찮은 근육에 공습 경보 정도로 규정하여 깨작거리기만 하였던지라 오늘부터는 하드 트레이닝에 돌입하리라 다짐을 한 것이다. 장난 아닌 페이스. 이를테면, 가슴 운동을 한 세트 끝내고 근육이 쉬는 동안 허벅지 운동. 허벅지 근육 쉬는 동안 윗몸 좀 일으켜 주고, 복근이 정신 못차리는 동안 아령 좀 들어주고, 이두와 삼두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슬슬 기력을 회복한 가슴에 다시금 압박을 주는 <지랄마라, 휴식따위 어림없지> 스타일을 도입한 것이다. 그 탁월한 운동효과 덕에 전신 운동 3 세트를 최단시간에 마무리하고 러닝을 위하여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질 때 즈음에는 이미 몹쓸 근육들이 눈물의 아리아를 들려주고 있었다. 질쏘냐! 호기롭게 러닝 머신에 올라 과감히도 60분을 세팅하고 걷기를 시작하였다. 머리 속에는 이미 60분동안의 속도 변화 패턴과 시간 안배에 대한 청사진이 완벽하게 그려졌고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나갔다. '오늘은 정말 뿌듯한 날이야. 아직 나의 육신이 쓸만하다는 소리거든. 하하하.' 라고 소리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게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걷기를 시작한지 4분 만에 오른쪽 다리에 쥐가 오른 것이다. 최대한 침착한 척하며 천천히 러닝머신을 세우긴 했는데, 아 ㅆㅂ 어떻게 여기서 내려가지? 강시처럼 콩콩 뛰어서 내려간다면? 왼쪽에서 달리고 있는 아가씨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꽃필 것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기어내려간다면? 오른쪽에서 파워워킹 하는 아줌마조차 '총각, 지못미' 라는 눈빛으로 나를 동정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도와달라고 외쳐볼까? 다시는 이곳에 발 붙이고 싶지 않은가. 젠장. 아프다, 소리 지르고 싶다. 뭐라고 소리지르든 다른 이들의 귀에는 "여기 좀 봐주세요 여러분. 제가 바로 병신이랍니다^^"로 들릴 것이다. 아, 진퇴양난. 도대체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였을까?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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