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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1]

Chronicler 2008/07/21 23:37


2000. 씨발

일기를 쓰다보니 신경질이 나서, 약 이천 번의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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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Chronicler 2008/07/18 16:40

1. 초점 없는 체 게바라와의 눈싸움

사과대 건물 앞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전단을 돌리고 있었다. 그 전단을 받아들면 자기네 신문을 구독하는 것이 어떤가를 물어보는 식인데, 며칠 전에 그냥 신문을 나눠주는 줄 알고 덥썩 전단을 받았다가 결국 손사래를 치고 돌아선 기억이 나서 오늘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로 했다. 그러는데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아가씨에게 전단을 들고 슬금슬금 접근하는 남자의 티셔츠 등에 근엄한 표정의 체가 올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굽신거리며 아가씨에게 전단을 건냈고 아가씨는 전단을 받아들었다. 뒤이어 남자는 아마도 며칠 전 내가 들었던 식의 멘트로 구독을 권유하는 듯했다. 아가씨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체는 여전히 입술을 꼭 다문 표정으로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체를 모른다. 나는 그 신문에 대해서도 별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신문 구독과 체. 아무래도 그건.



2. 최고의 다리를 만났을 때

그러고는 88계단을 내려오는 데, 20m 전방에 다리가 장난이 아닌 아가씨가 한마당을 가로질러 구두 수선점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길고 잘 빠진 다리를 TV 밖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 계단을 내려가는 내 시선은 그저 그녀의 다리에만 꽂혀있었다. 정말 최고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고귀한 다리였기 때문에, 그 다리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내 자신이 결코 부끄럽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런 상태로 계단을 반쯤 내려오자 서점 쪽에서 나오고 있는 -아마도 공대생으로 보이는- 일단의 남성군단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그녀와 나 사이를 통과하며 스쳐갔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일곱 명 가량의 남자들이 하던 이야기는 계속 하면서도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이윽고 처절한 부끄러움에 남몰래 치를 떨었다.



3. 여긴 이미 미쿡인가

집에 돌아오자 마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비어 있는 옆방에 웬 아낙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상타 하고는 방에 들어와 낮잠을 청하는데 주인집 큰 딸이 친구들을 아주 그냥 떼로 데리고 와서 거실을 점령, 뻑적지근하게 노신다. 옆방에서는 각종 술 게임들이 벌어지고 있고 부엌에서는 누군지 몰라도 계속 요리를 하고 있다. 대낮부터 녹색 술병이 바닥에 나뒹군다. 몇몇 아가씨들은 엉엉 우시기도 한다. 문을 열어보니 사내놈 1人이 머리를 화장실 쪽으로 향한 채 대자로 뻗어서 머리맡에 앉아 있는 아가씨에게 수작을 걸고 있다. 내가 문을 열어서 저를 내려다 봐도 기척도 못 느낀다. 아가씨 1人은 화장실 문 옆에 있는 키낮은 신발장 위에 엎드린 시체가 되어 있다. '허' 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한 번 웃었더니 사내놈 비틀대며 일어서서 옥상으로 올라가면서 것참 우렁차게도 씨발을 외친다. 오늘 방학식이라, 한 번만 봐 주세요, 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용서를 구하는 아가씨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옥상에서는 "야~ 개새끼야~ 하지 마아~♡" 하는 어느 아가씨의 새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그려 그려, 방학도 했겠다 알딸딸도 하시겠다, 내 봤을 때 저 친구들 중 최소 한 쌍은 오늘 반드시 잔다.
그리고 주인집 딸내미와 오늘 방학한 그녀의 수많은 남녀 혼성 동무들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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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Chronicler 2008/07/14 19:33

1. 아니 땐 굴뚝에 손가락질을 하다

미스터 피자 옆 좁은 골목을 통해 할렘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다 웬 여고생과 눈이 마주쳤다. 'ㄱ'자 모양으로 꺾이는 골목의 모퉁이에 기대 서서 고개만 살짝 내 놓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얼른 머리를 쏘옥 집어넣는다. 담배라도 태우고 있겠거니 생각하고는 피차 신경쓰이지 않게 얼른 지나가려고 보폭을 크게 잡았다. 모퉁이에서 방향을 바꾸고 보니 교복 입은 여학생 세명이 쪼그려 앉아 있긴 했는데 담배는 피고 있지 않았다. 잠깐의 어색한 눈빛 교환 시간을 맞이한 후 4人 모두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피차가 하던 일을 재개하였다. 큰 보폭에 빠른 걸음으로 걸었던지라 3초 만에 그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국면을 벗어나긴 했지만 뭔가 뒷맛이 씁쓸하게 남았다. 단지 여고생이 골목 모퉁이에 숨어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 나는 왜 저 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피고 있다고 단정지은 것일까? 왜 아무 잘못도 없었던 그 학생들은 골목에 숨어 눈치를 보았던 것일까? 왜 우리는 서로 어색하게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고 왜 나는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한 것일까?



2. 육실헐 종아리 역모 사건

이런 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운동을 재개한 지 삼일째. 이틀은 적응 훈련, 워밍업, 준비 체조, 간보기, 하찮은 근육에 공습 경보 정도로 규정하여 깨작거리기만 하였던지라 오늘부터는 하드 트레이닝에 돌입하리라 다짐을 한 것이다. 장난 아닌 페이스. 이를테면, 가슴 운동을 한 세트 끝내고 근육이 쉬는 동안 허벅지 운동. 허벅지 근육 쉬는 동안 윗몸 좀 일으켜 주고, 복근이 정신 못차리는 동안 아령 좀 들어주고, 이두와 삼두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슬슬 기력을 회복한 가슴에 다시금 압박을 주는 <지랄마라, 휴식따위 어림없지> 스타일을 도입한 것이다. 그 탁월한 운동효과 덕에 전신 운동 3 세트를 최단시간에 마무리하고 러닝을 위하여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질 때 즈음에는 이미 몹쓸 근육들이 눈물의 아리아를 들려주고 있었다. 질쏘냐! 호기롭게 러닝 머신에 올라 과감히도 60분을 세팅하고 걷기를 시작하였다. 머리 속에는 이미 60분동안의 속도 변화 패턴과 시간 안배에 대한 청사진이 완벽하게 그려졌고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나갔다. '오늘은 정말 뿌듯한 날이야. 아직 나의 육신이 쓸만하다는 소리거든. 하하하.' 라고 소리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게 정말 얼마나 다행인지. 걷기를 시작한지 4분 만에 오른쪽 다리에 쥐가 오른 것이다. 최대한 침착한 척하며 천천히 러닝머신을 세우긴 했는데, 아 ㅆㅂ 어떻게 여기서 내려가지? 강시처럼 콩콩 뛰어서 내려간다면? 왼쪽에서 달리고 있는 아가씨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꽃필 것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기어내려간다면? 오른쪽에서 파워워킹 하는 아줌마조차 '총각, 지못미' 라는 눈빛으로 나를 동정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도와달라고 외쳐볼까? 다시는 이곳에 발 붙이고 싶지 않은가. 젠장. 아프다, 소리 지르고 싶다. 뭐라고 소리지르든 다른 이들의 귀에는 "여기 좀 봐주세요 여러분. 제가 바로 병신이랍니다^^"로 들릴 것이다. 아, 진퇴양난. 도대체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였을까?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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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7/03 23:10

1. 학점 인플레에 대하여

과 게시판에 자기는 4.5인데도 3등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많은 이들이 학점 인플레를 걱정하며 학점을 좀 더 엄정하게 매겨야 한다거나 재수강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을 올리고 있다. 나도 이번에 4.23 받고 15등 한 것이 살짝 충격이긴 하지만, 이 결과가 학점 인플레의 탓이라기보다는 국수 잘 하는 사람이 수제비도 잘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50명 쯤 듣는 과목이면 A+이 적어도 3~5명은 나올 수 있는 건데, 그렇다면 평점 4.5가 3명쯤 있다는 거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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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7/02 22:07

1. 도망치는 회로망이론

강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전적으로 교수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학생은 미리 공지된 강의계획서를 검토 후 들을 강의을 선정한다. 따라서 일단 그 강좌를 선택하고 나서는 교수님이 끌어나가는 수업에 최대한 발을 맞추어야 피차가 괴롭지 않다. 그런데 이놈의 회로망이론은 문제다. 교수님께서 원래 그렇게 깊이 있는 강의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신데다가 강의 계획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 과에서 개설되는 회로망이론의 내용의 반을 제외하고 있다. 강의명은 회로망이론인데 회로이론 50% + 회로망이론50 % 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이 강의는 실질적으로 회로'마'이론이라고나 할까. 존나 처절하게 패배한 회로망이론에게 복수하고자 여름방학의 앞대가리를 시원하게 삭발했건만 결국 리턴매치는 논타이틀로 치뤄질 모양인데. 결국 MIT오픈코스를 따라가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하기로 했다.




2. 폭풍 센스 임교수님

임동균 교수님의 수업은 재미있다! 촌철살인의 농담! 언제라도 수업의 옆구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각종 재담! 얼토당토 않은 듯 하면서도 생각해보면 절묘한 것도 같은 아리까리한 비유들! 실습 중 막히는 부분이 있어도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배포! 학생의 지적은 우습구나! 몰라, 알아서 생각해 봐! 학생들 일제히 배 잡고 뒤집어진다. 강의실은 온통 ㅋㅋㅋㅋ로 쓰나미! 조는 사람도 없다! 웃겨! 코믹해! 즐거워! 살맛이 난다! 공부하는 것 같지가 않아! 그렇다. 정말 공부하는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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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7/01 20:58


1. 당당한 너의 뒤통수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인간의 큰 문제점인 이유는 그 땅을 사돈이 돈을 훔쳐서 샀든, 로또를 맞아서 샀든, 아니면 덜 먹고 덜 입어 모은 돈으로 샀든 어쨌든 배는 아프고 본다는 데 있다. 그 얼토당토 않을만큼 빛나는 학점을 위하여 그가 깨어있는 동안 나는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건 접어주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가 4년에 걸친 대학 생활에서 성적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거두어들였다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손에 쥐고 있는 것 하나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남자라서 부끄럽다.



2.
asceticism

해야할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느라 안절부절 못하는 남자의 얼굴을 거울에서 발견했다. 그런 동물은 처음이었다. 사람인 듯했지만 자세히 보니까 개새끼였다. 개새끼였다. 세상에서 제일 못나고 나쁜 멍충이 새끼였다. 그래서 더 굳게 주먹을 쥐었다. 그렇지만 울었다.



3. 홍도는 오빠가 있어서 울지 않는다

그래도 울지 마라, 울지 말자. 울지 마라, 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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