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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Chronicler 2008/06/23 00:10


1. 41일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느낄 때가 많다. 작은 일들이 바뀌었더라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을 거라는 그런 것. 어쩌면 뻔뻔한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고 결과를 놓고 과정을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한낱 실수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이미 그 순간 탁, 하고 우리의 모든 게 결말지어졌을 것이다. 그것이 서로를 위한 방향이든 아니면 서로를 망치는 쪽이든 그런것과는 상관없이 탁, 탁 하고.


2. 행복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누구나' '어느 순간에나' 행복할 자격과 권리가 있다. 그 행복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얻어지는 종류의 것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싶은 순간에 사랑할 자격이 있다. 함께 예쁜 하늘 아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진기 앞에서 재롱도 부려보고, 평소에 꼭 듣고 싶었던 노래들을 몰아서 불러주는 모습에 감동도 하고, 범너구리와 호랑너구리 사이에서 귀엽게 티격태격하다 결국은 기분좋게 져주기도 하는, 그런 디테일함 속에서 행복할 자격이 있다.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나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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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Chronicler 2008/06/21 21:05

1. 40일

대개의 실수는 후에 깨닫는다. 이전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를 다음 사람에게 주고, 이전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다음 사람에게 내가 하며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모두가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데,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인지도 몰라. 생각보다 사랑이라는 게 아니,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뿌리까지 각양각색인 것은 아닌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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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0]

Chronicler 2008/06/21 21:01


1. 39일

사랑을 모르고 지낸 시간보다 알고나서 산 시간이 더 많은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좀 쉬워질까? 받아내는 것이 힘이 든 것처럼 걷어내는 것 또한 힘이 들고, 그러지 말아야지 했던 일들을 저질러 버렸고, 주지 말아야지 했던 상처들을 줘 버렸고, 하지 말아야지 했던 말들을 못내 해 버린 불쌍한 염치없는 나의 사랑도 좀 쉬워질까? 하지 말아야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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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9 19:11

1. 38일

기왕 해서는 안될 장난을 쳤다면 결과는 참혹할수록 좋다. 엄혹함속에 열리는 것이 있다. 단 것은 이내 썪는다.



2. Syo, 이 오만한 새끼

자네의 문제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 겉으로는 손사래를 치지만 속으로는 진짜 잘한다고 생각하는 데 있네. 평생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벼락치기를 해 본 적이 있었는가? 작작하시게, 작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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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9 19:05


1. 37일

사람이 짊어지고 가는 것들 중 가장 무거운 것은 이름이다. 내 이름 하나 감당하기도 벅찬데, 네 이름까지 처리해야하니 힘이 든다. 어쩌면 평생을 지울 수 없는 이름인지도 모른다. 내려놓기보다는 꾹꾹 눌러담아 두는 것이 방법인, 느낄 틈도 없이 깊게 새겨진 이름이다. 이렇게 한칸 한칸 내가 지고 갈 수 있는 것들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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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8 12:42

1. 36일

멍청했으면 좋겠다. 바보는 아픈 줄 모른다던데. 아파도 웃는다던데. 아플 줄 알면서 이러는 건 바보짓인데. 잠깐, 바보는 안 아파야 되잖아? 누가 거짓말을 한 걸까?
 
장마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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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6 21:21

1. 35일

내가 참 보잘 것 없는 놈이라 참 다행입니다. 사랑하는 것 만큼이나 미워하기도 쉬운 놈이라 고맙습니다. 그 때 그런 녀석을 사랑했었지 하며 잔잔한 웃음과 함께 잠시 떠올려 볼 수도 있는 놈이라 기쁘고, 결국 언젠가는 희미하게 잊혀질 먼지같은 놈이라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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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5 22:32


1. 34일

이제는 사랑이 내 인생의 이슈가 아니었으면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하루 내 마음속에서 너를 내려놓고 있고, 꽤나 성공적이다. 너 아니면 안된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정정한다. 너 아니어도 된다. 나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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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4 20:59


1. 33일

떨어져 보면 안다. 사랑이라는 것의 절반이 세뇌였다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랑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너를 사랑해"라고 쓴 것은 "너를 사랑하라"라고 읽히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랑의 추궁에 "말 안해도 알잖아"라고 대답하면 나는 그것을 "말로 하는 건 귀찮아"로 듣는다. 사실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고 있다면. 하지만 내 고백을 대하는 너의 시큰둥한 태도 앞에서 나의 세뇌는 하루하루 무너져갔다. 내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고 최면이었다. 그것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니라, 내 손에 쥔 사랑을 흔들지 않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다. 어쩌면 그 때 너를 잡아보지 않았던 이유는 네가 내게 걸려 있던 최면을 야금야금 걷어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네가 레드썬을 외쳤을 때 나는 이미 께어있었던 것이다. 그 깨어나기 싫었던 최면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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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4 20:38


1. 32일

말도 안되는 나의 고집과 결국은 울음을 터뜨려버린 너의 모습을 생각한다. 나는 너의 기분을 풀어주려 필사적으로 어쩔줄 몰라했고 너는 그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화를 풀고 내게 다가오려 했다. 결국 그 난관을 돌파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였다. 그것도 모르는 나는 '겨우 달랬네' 따위의 안심이나 하곤 했다. 항상 그랬다. 모든 순간에 사실 내게로 다가온 것은 너였고 용서한 것도 너였으며 위로해 준 것도 오히려 너였다. 나는 그것도 몰랐다. 태생적으로 너는 좋은 사람이었고 나는 모자란 놈이었다.



2. 나는야 악마의 아들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다고 뻥까고 다닌 적이 있다. 게다가 4월. 死월 13일의 금요일이니라. 이정도 뻥이야 사실 윈도우 우측 하단의 시계만 클릭해도 발각되는 귀여운 수준이지만, 순수한 내 친구들은 그런 것 따위를 확인해볼 만큼의 의욕도 없었고 - 사실 내 생일따위 어찌되도 좋다는 - 심지어는 "아, 그래서 니가......" 따위의 이제야 알았다는 식의 리액쑌을 보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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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2 18:22

1. 31일

입과 항문, 받아들이고 내치는 두 개의 구멍으로 대표되는 삶은 슬프다. 관통(貫通)에는 내가 없으며 네가 없다. 나는 너를 채우지 않았으며 너는 내게로 들지 않았다. 우리는 지나쳤을 뿐이다. 막 벌어지기 시작한 꽃봉오리처럼 그대에게 내미는 입술과 견딜 수 없이 피어오르는 열꽃처럼 그대를 버리는 입술.

<권혁웅 - 두 개의 구멍>



2. 꼬리에 꼬리 물기

유목하고 싶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 단순한 방법은 있다. 여름에는 벗고 겨울에는 껴입는 것. 룸메이트는 속옷만 입고 잔다. 벌레들의 종합영양간식이 되겠다는 의지 표현인가. 난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 헌혈 아줌마의 짜증섞인 손목 잡아채기에도 매일 매일 한 방울의 피를 지켜왔다. 이제와 벌레 같은 것들의 생계수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제는 일단 창문을 봉쇄하고 모기약을 뿌린 다음 모기향도 피웠다. 분명 무색소 무향료라고 써 있었는데, 향에 불을 붙인지 오 분만에 내 후각은 어느 깊은 산 속 절간으로 유체이탈했다. 지금도 방에서 해탈과 피안의 냄새가 난다. 시험에서 해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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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icler 2008/06/11 20:35

1. 30일

쓰지 않은 추억에 먼지가 앉을까, 틈틈이 이것저것 꺼내어 보기도 하고, 재미난 것들, 행복한 것들 있으면 다시 한 번 반짝거리게 닦아 보기도 하고 그래. 앞으로 어떻게 되든 간에 이미 내게 속한 것들이니까.



2. 원유집 교수님 만세!

 11명이서 피자 다섯 판을 전복시켰다. 초대형으로다가. 학기 중에 서로 이야기도 하고 지냈으면 덜 서먹했을텐데. 교수님께서 제일 안쪽 자리에 앉아버리니 교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의 나를 포함한 중생들은 구원 받지 못하고 혀보다는 이를 쓰는데 주력하였다. 몇 번의 개그를 시도하였으나 소소한 웃음만을 안겨주었을 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자 점차 의기소침해져서 결국 막장에는 only listening 모드로 돌입하였다. 어쩌다가 곰 이야기가 나왔는데, 곰을 만나면 그냥 죽은척을 해서는 안된다는 고급 정보를 교수님꼐서 제공하셨다. 곰이라는 놈이 죽은건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리를 찢는 몹쓸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께서 제안하신 방법은 죽은 척 하되 다리를 벌릴 것 ㅋ. 나는 웃자고 하신 이야긴 줄 알았는데 모두들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몇 도 쯤 벌려야 될까요?" 라는 공대생스러운 농담 하나 던져보지를 못했으나, 만약 그랬다한들 우리 교수님께서 "아마 3 분의 2 π 쯤?" 이라는 공대 교수님다운 대답을 하셨다면 그것 또한 낭패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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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상 등장

 가족의 본질이 혈연에서 사랑으로 무거운 걸음을 떼고 있다. 구성원들이 유전자적으로 아무런 위기가 없는 가족이라도 소통과 행복에 장애가 있을 수 있다. 구성원들이 유전자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가족이 생길 수도 있고 그들도 떳떳하게 행복할 수 있다. 이런 가족 본질의 재구성은 물질적 풍요에는 어느만큼 만족하고 이제는 내적 풍요를 찾아나서는 인류가 발명한 신상품이다. 그리고 『가족의 탄생』은 그 신상품의 카탈로그다. 카메라의 시야가 너무 담담해 약간은 쓸쓸해보이지만, 뭐 이 정도면 프로토타입 치고는 꽤 잘 나온 물건이 아닐까?



2. 농담과 진담 사이에서

 친구와 통화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드래곤볼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드래곤볼 일곱개를 다 모으면 다처다부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세상이라는 것은 이렇게 생겨먹었다.
 1. 중복 결혼이 허용된다.
 2. 동성(同性) 결혼이 허용된다.
 3. 생활 유지나 자녀 양육 같은 기본적인 의무는 현행과 같이 부과된다.
 요는 이집 저집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면 혼자 살거나 한 명의 배우자와 살면 그만이라는 것. 다만 내 배우자가 나하고만 산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문제.
 농담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어쩌면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노가미는 그 효율성이나 공정성이 어쨌든지 간에, 우리의 자발적인 선택의 일환이라기보다는 교육과 세뇌의 결과이다. 그러한 과정이 없이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그래도 모노가미가 승리할까? 비록 친구는 내 발상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과연 모노가미의 세상에서 다부다처제를 꿈꾸는 것과 다부다처제의 세상에서 모노가미를 꿈꾸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이없는 일일까?



3. 아버지 붕괴 사건

 사실 아버지의 붕괴는 어제 오늘의 문제라기보다는 일상적인 것이다. 아직 아버지의 초라함과 나약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들은 다음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다. 아버지의 뒷모습은 항상 조금씩 바스라져 왔고, 그 안에는 척추를 옹송그린 그냥 한 남자가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버지의 지위가 낮아지고, 그 결과 문학이 아버지의 붕괴를 캐치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다만 쉬쉬하던 것들을 이제는 이야기 할 수 있을 뿐. 오늘날의 많은 아버지들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어쩌면 잃어버린 옛 권위를 그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버지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거운 거품을 걷고 스스로를 그저 하나의 남자, 한 명의 인간으로 봐주기를 바라고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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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Chronicler 2008/06/10 15:46
 
1. 29일

볼거리 같은 사랑을 하나 보다. 사전을 보자.

특효약 따위 없고,
청결하게 하면 결국 열과 부기가 내리면서 아픔도 가시고 낫는다.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이 된다.

이것 보게. 어쩌면, 사전이 대답해주지 못하는 것 따위는 세상에 없는게 아닐까?



2. 얼굴 모를 예슬이와 이름 모를 누군가의 200일을 축하하며,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순간, 그때는 사랑을 붙들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붙들어야 한다. 황진이의 시구처럼, 그 시간의 한 허리를 비혀내어 춘풍 니불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른님과의 사랑 못미더운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 볼일이다. 그땐 그랬지, 는 근시안적 처방일 뿐. 그날의 믿음을 오늘에 완벽하게 오버랩시킬 줄 알아야 한다. 흘러간 시간은 다시 살 수 없지만, 흘러간 순간들은 재현할 수 있다. 힘내라. 그대들보다 네 배 긴 시간을 사랑하다 그 사랑때문에 힘들어하는 남자가 응원한다. 그 순간을 간직하는 것이 좋다. "넌 나의 바보" "예슬아 사랑해" "200일 기념" 같은 눈꼴 신 글귀가 들어간 예쁜 색지들을 본관 옆 계단 바닥에 도배해 놓을 정도의 용기라면, 그대의 사랑은 축복받을 가치가 있다! 다만 그것이 사과용 궁여지책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3. 좋은 글을 발견하여 적어둔다.

마술사의 손 - 권혁웅
 당신의 손이 이마 위에 얹힌 처마가 될 때, 당신은 가출한 동거인을 근심하는 독방이다. 당신의 손이 무거운 얼굴을 지탱하는 얇은 기둥일 때, 당신은 혼곤(昏困)에 정신을 내어준 빈 부대자루다. 당신의 손이 먼 곳을 향해 몰려가는 파도처럼 너울댈 때, 당신은 홀로 떨어진 섬을 그리워하는 바다다. 당신의 손이 파리와 더위를 쫒는 기린 꼬리마냥 흔들일 때, 당신은 땀과 곤죽을 뒤섞은 뚱뚱한 물풍선이다. 당신의 손이 어깨부터 검지 끝까지 곧추선 하나의 창일 때, 당신은 돌아온 동거인을 꾸짖는 닫힌 방이다. 당신의 손이 동거인의 목을 틀어쥐고 꽉 조일 때, 당신은 병목 현상을 불러오는 시끄러운 여울이다. 당신의 손이 바짝 말라붙은 조그만 돌덩이일 때, 당신은 모든 문을 닫아건 급매물 부동산이다. 그리고 당신의 손이 바위에 붙은 미역처럼 그 사람의 얼굴을 만질 때, 당신은 다시는 떠나지 않을 젖은 눈이다. 거기서 꽃이 필 것이다. 어서어서 비둘기가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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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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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Chronicler 2008/06/10 01:06

1. 28일

잊어서는 안될 것을 잊고 있는게 아닐까, 그 벌로 아프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오랜 시간, 그 많은 것들을 이렇게 쉽게 내려놓는다는게 아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내가 너의 소중함을 잊은 거라면, 나는 앞으로 누구의 소중함도 깨달을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우리 사랑의 골자를 잊은 거라면,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랑도 해 나갈 수 없을지도 몰라. 내가 우리 사랑의 흔적을 잊은 거라면 앞으로 찾아올 모든 사랑 중에는 영원한 것이 없을지도 몰라. 내가 너를 잊은 거라면, 나는 이 감기를 이겨낼 수가 없을지도 몰라.


2. 부대낀다는 것

사람이 미우려면 아무 이유가 없는 법이다. 체질적으로 깐죽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 룸메는 상당히 별로다. 적당히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많은 경우 유쾌하기가 짝이 없는 인사라 평소에는 큰 불만이 없지만, 시험이나 숙제 따위로 여러가지 압박을 받고 있을때 눈치 없는 이 친구가 평소처럼 깐죽거리면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짜증을 내곤 하는 것인데. 그럴 땐 차라리 깐죽이답게 대범한-혹은 무신경한-모습을 보이며, 어깨나 한 번 스윽 올리고는 조용히 자기 할일을 했으면 좋겠는데, 이 부실한 인사가 웃고 있으면서도 속으로 다 상처 받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술에 만취해 들어오면 나쁜 새끼 못된 새끼 노래를 하는 꼴이 마치 집안에서 무시 당하는 설움을 참다 못해 결국 한잔 거하게 걸치고 들어와, 속상한 일 있어서 술 한잔 했슴돠~ 하는 꼴이다. 그럼 나는 바가지 긁는 마누라의 자세로 집구석 꼬라지 한번 잘 돌아간다, 며 빈정대는 것이다. 얼굴은 붉으락 푸르락해서 널부러져 자는 꼴이 한심하기도 하고, 동시에 미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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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Chronicler 2008/06/09 18:44

1. 27일

 아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잊게 한다. 현재의 감각을 달래느라 이것저것을 붙들고 있을 여력이 사라진다. 오빠, 라고 부르던 목소리를 잊는다. 감기 조심하라며 가져다주었던 매실차의 맛을 잊는다. 그 걱정의 감촉을 잊는다. 또 다시 아프다는 것은 그대로 외로움임을 느낀다.
 아프다는 것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의 감각을 달래느라 과거를 이곳에 갖다붙인다. 아프자 마, 라고 말하며 울먹이던 목소리를 이마에 올려놓는다. 열이 오른 상태였기에 더욱 달콤했던 그 입술의 맛에 주사를 맞고, 감기 옮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겁게 안아주던 감촉을 약으로 삼킨다. 또 다시 아프다는 것은 그대로 외로움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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