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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2 [20080222] 새끼사랑 by Syo
  2. 2008/02/20 누구나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나이 - 『루트 225』 by Syo (3)


1.

어릴 적, 큰 명절에야 한번씩 뵈었던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같은 옷을 입고 계셨다. 당신께는 그날을 위해 아껴두신 때때옷이었겠지만, 기껏해야 일년에 두 번 할아버지를 만나는 내겐 한 해 한 해 구겨지고 동시에 언젠가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해 버릴 기세로 줄어드는 할아버지의 육체와 시간이 흘러도 한 터럭의 변화도 없던 그 때때옷 사이의 간극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역설이었다. 엄마, 왜 할아버지는 맨날 작아지는데? 원래 할아버지 되면 다 그래 된다. 엄마는 조금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그럼 왜 할아버지는 맨날 같은 옷만 입는데? 원래 할아버지 되면 다 그래 된다. 어린 나는 엄마가 왜 똑같은 대답을 두 번 하는지도, 같은 답을 내놓으면서 두 번째 대답은 왜 얼버무리듯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말쑥한 때때옷 아래에 숨겨진 빨간 내복의 고무줄이 몽창 늘어나 바람이 다 새어들었다는 것도, 새 내복 하나 사 입지 못하신 것이 귀여운 당신의 손자들에게 꼬깃꼬깃 접힌 용돈이라도 건네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조차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도 그 마음씀씀이야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으랴만은, 점점 그때의 할아버지와 닮아가는 부모님의 모습과 이제야 조금이나마 눈치 챌 수 있게 된 나와 동생을 향한 그 애처로운 부정이나 모정을 보고 있자면, 그 명절날 엄마가 얼버무렸던 두 번째 대답은 어찌나 명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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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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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225 / 후지노 지야 지음 / 박현주 옮김


새는 알을 깨고 나오고 그것은 그대로 하나의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아무도 살지 않는 어느 작은 섬에서 한 그루의 야자수가 쓰러졌을 때 그 소리를 들은 이가 없으므로 소리가 나지 않은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 이치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단 하나일까?

세상을 통째로 바꾸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나'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나'를 바꾸는 데 골몰하는 사춘기 - 물론 그 때는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 의 초입이 바로 "루트196"(14) 나 "루트225"(15) 즈음이겠지. 그 나이때는 누구나 한번 쯤 헨델과 그레텔,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되니까.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성격의 에리코와 의존적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생 다이고가 새로운 세상을 접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 자체는 진부한 노선이지만 소재와 상황의 참신함과 신비로움이 그 단점을 덮어준다.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은 발군.

원래의 세계와의 유일한 연락수단인 전화카드의 메타포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점점 잔액이 줄어들며 결국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전화카드는 시간은 물론 성장의 방향성을 빗대는데 더 없이 만족스러운 소품이다.

작가가 A -> B -> A' 의 도식과 "구조"라는 그럴싸한 단어와, 미아의 메타포를 이용해 넌지시 일러주는 이야기를 루트225에서 방황하던 시절의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조금 더 자신있게 나를, 그리고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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