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적, 큰 명절에야 한번씩 뵈었던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같은 옷을 입고 계셨다. 당신께는 그날을 위해 아껴두신 때때옷이었겠지만, 기껏해야 일년에 두 번 할아버지를 만나는 내겐 한 해 한 해 구겨지고 동시에 언젠가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해 버릴 기세로 줄어드는 할아버지의 육체와 시간이 흘러도 한 터럭의 변화도 없던 그 때때옷 사이의 간극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역설이었다. 엄마, 왜 할아버지는 맨날 작아지는데? 원래 할아버지 되면 다 그래 된다. 엄마는 조금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그럼 왜 할아버지는 맨날 같은 옷만 입는데? 원래 할아버지 되면 다 그래 된다. 어린 나는 엄마가 왜 똑같은 대답을 두 번 하는지도, 같은 답을 내놓으면서 두 번째 대답은 왜 얼버무리듯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말쑥한 때때옷 아래에 숨겨진 빨간 내복의 고무줄이 몽창 늘어나 바람이 다 새어들었다는 것도, 새 내복 하나 사 입지 못하신 것이 귀여운 당신의 손자들에게 꼬깃꼬깃 접힌 용돈이라도 건네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조차 그때 나는 알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도 그 마음씀씀이야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으랴만은, 점점 그때의 할아버지와 닮아가는 부모님의 모습과 이제야 조금이나마 눈치 챌 수 있게 된 나와 동생을 향한 그 애처로운 부정이나 모정을 보고 있자면, 그 명절날 엄마가 얼버무렸던 두 번째 대답은 어찌나 명답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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