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하반기 결산

Chronicler 2007/12/31 17:07
Interesting Keywords

개소리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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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1. 디지털 포트리스 / 댄 브라운
  2. IIT사람들 / 산디판 데브
  3. IT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 우메사오 다다오 외
  4.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무라카미 하루키
  5. 레볼루션 No.3 / 가네시로 카즈키
  6.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7.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 읽기 50 / 안상헌
  8.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9. 드므에 담긴 삽 / 강은교, 최동호
  10.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이치카와 다쿠지
  11. 아름다움을 보는 눈 / 홍사중
  12.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 자크 아탈리
  13. 도코 타워 / 에쿠니 가오리
  14.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 무라카미 류
  15. 소로우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16. 괴짜 경제학 /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17. 카스테라 / 박민규
  18. 영화 비평, 어떻게 쓸까? / 티모시 코리건
  19. 현대 사상 지도 / 기다 겐
  20. 두이노의 비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1. 천년의 왕국 / 김경욱
  22. 기호학적 만화론 / 권경민
  23. 길과 풍경과 시 / 허만하
  24. 따귀 맞은 영혼 / 베르델 바르데츠키
  25. 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 실비 플로리앙 푸유
  26. 나라 없는 사람 / 커트 보네거트\
  27. 독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28. 침대 밑 악어 / 마리아순 란다
  29. 괴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30. 1pagestory매거진 vol.2
  31. 이코 / 미야베 미유키
  32. 마미야 형제 / 에쿠니 가오리
  33. 악마와 미스 프랭 / 파울로 코엘료
  34. 남자 대 남자 / 장폴 뒤부아
  35. 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카즈키
  36. 상징 이야기 / 잭 트레시더
  37. 겐지 이야기 1 / 무라사키 시키부



Movie

  1. 바르게살자
  2. 인베이젼
  3. 라따뚜이
  4. D-war
  5.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6. 트랜스포머
  7.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8. 오션스13
  9. 지금 만나러 갑니다
  1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1.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12. 눈물이 주룩주룩
  13. 초속 5cm
  14. 시간을 달리는 소녀
  15. 화려한 휴가
  16. 서핑 업
  17. 본 아이덴티티
  18. 본 슈프리머시
  19. 본 얼티메이텀
  20. 에반 올마이티
  21. 검은 집
  22.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


Writing

한페이지소설 : 13
시 : 1
리뷰 :  20


Academic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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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잭 트레시더 지음 / 김병화 옮김


거친 의미로 보면, 모든 기호는 상징으로 존재한다. 동굴에 기거하던 어느 유인원이 날카로운 돌을 들어 최초로 벽에 무엇인가를 그린 순간, 상징은 인류 역사의 품에 안겨들었다. 언어, 예술, 종교, 과학, 인간이 행할 수 있는 모든 지적 행위 속에 고스란히 상징은 녹아있다.

『상징 이야기』는 상징의 백과사전이다. 인간의 지성을 번영케 해 왔던 수많은 상징들이 카테고리별로 나뉘어 잘 설명되어 있다.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독서'가치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다. 영어사전이 학습의 보조도구이기는 하지만 독서의 대상이 되기는 힘들듯이. 또한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집어든 상징들이 일부 대표적인 문화권에서만 추출되었다는 점이다. 작가는 아시아 문화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나머지 군소문화로 구분짓는 시대착오적인 기준으로 이 책을 지었다고 우겨보고 싶다. 세계 각국이 지닌 우수한 상징들에 대한 더욱 폭넓은 연구를 통해, 다음 판에는 좀 더 많은 국가들이 지닌 한층 다양한 상징들을 소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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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 양억관 옮김


그냥 힘껏 살았을 뿐인데, 문득 거울을 보면 365일 되풀이 되는 하루하루에 마모되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이 있다. 사실 돌아보면 한창 빛을 발하던 젊은 시절에도 거진 '반짝'이었지 '번쩍번쩍'은 아니었던 것도 같고, 에잇 이제는 그저 내 아내, 내 딸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지. 배는 나오고 엉덩이는 퍼지고 이마는 계속 넓어져도, 더 이상 승진을 할 수 없더라도, 내 두 팔로 감싸지는 1미터 안의 세계만 지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뭐가 있을까?

10 미터를 원하면 10미터를 침범하고, 1미터를 지키려 하면 1미터를 위협하고, 한 뼘이라도 가지고자 아등바등하면 한 뼘조차 탐을 내는 부조리의 삼투압, 행복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깨지기 쉽지만 작은 행복이 유린당할수록 더욱 비통한 것이 현실. 내 가족, 사랑하는 내 딸, 그 최후의 행복조차 누군가에게 압수당한다면, 이제는 힘 없고, 색깔 없고, 의미조차 점점 잃어가는 그저 사회의 한 부속품으로서, 초라한 아버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얼마나 될까?

가네시로 카즈키의 글이 발산하는 터질듯한 유쾌함은 언제나 살아있다. 글 자체도 즐겁고 캐릭터도 코믹하며 마이너리티가 메이저리티를 전복시키는 방법도 통쾌하다. 후줄근하기만 한 중년의 가장이 한 마리의 솔개로 거듭나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Fly, Daddy, 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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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대 남자 / 장폴 뒤부아 지음 / 김민정 옮김


누구나 거친 파도 속에 양발을 담그고 산다. 강한 남자는 없다. 남자이기 이전에 인간이기 때문에, 나를 떠난 아내가 선택한 남자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상대에 따라 섹스 중에 필요 이상의 야수가 되기도 하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하루를 불평으로 낭비하기도 하고, 자신이 타인보다 태생적으로 모자란다는 점을 사실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장스러운 방법으로 그것을 부정하기도 한다. 비단 남자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남자 대 남자』는 막강한 비유로 짜여진 수작이다. 폴 아셀방크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눈보라 속을 헤치며 어딘가에 서서 눈에 묻혀있을 자신의 차를 향해 약을 가지러 가는 도정은 그대로 인생의 은유다. 결국은 뜻대로 약을 찾지 못하고 몸에 묶여 있는 줄을 되감으며 오두막으로 돌아 왔을 때, 줄은 계단 난간에 감겨 있었고 그 줄을 굳건히 붇잡고 있어주리라 믿었던 이는 오두막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그 상황이야말로 감히 삶이라 하겠다.


안나는, 어디에 있을까? 폴에게, 패터슨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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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미스 프랭 / 파울로 코엘료 지음 / 이상해 옮김

대개는 이런 식이다. 한 사람이 있고, 양심과 이득을 저울질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갑자기 그의 머리 좌측에서 그와 똑같은 얼굴의 쪼그만 악마가 뿅! 하고 나타나서 그에게 말한다. "눈 딱 감고 그냥 저질러 버려. 아무도 몰라, 설사 안다고 해도 누구도 너를 비난하지 못할 걸? 다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이 할 테니까." 주인공이 그 미니사이즈 악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우측에서 뿅하고 하얀 옷을 입은 미니사이즈 천사가 등장한다. 그 천사도 주인공의 얼굴을 하고서는 "안돼, 이건 옳지 않은 일이야. 지금 당장은 좋을 지 몰라도, 분명 나중에 두고두고 오늘의 잘못을 후회할 거야." 라면서 틀어말리기가 일쑤다. 여기까지가『악마와 미스 프랭』에 쓰여진 내용 전부이다. 다만 이런 방식의 선택의 기로에서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상을 조금 더 길고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작품은 조금도 유치하거나 식상하지가 않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항상 품고 있는 "환상성"은, 그리고 그 환상성으로 인해 피어나는 "모호함"은 언제나 그랬듯, 역시 파울로 코엘료야, 하는 감탄을 이끌어 낸다. 마치 『어린 왕자』처럼 읽는 이에게 다양한 생각의 가지를 제공하여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것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파울로 코엘료의 재주다.

그의 작품이 항상 기분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동화처럼 주제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표지판이 잘 깔려 있는 도시의 거리를 거니는 것처럼, 또한 언제나 해피엔딩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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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려 있는 수건을 어깨에 얹고 비누를 손에 들고 화장실로 간다. 따뜻한 물로 얼굴을 적시고 거품을 많이 내어 세안을 한다. 잘 말라 있는 수건을 톡톡 얼굴에 두드려 물기를 닦아 낸다. 머리카락에 묻어 있는 물기도 깨끗이 닦지 않으면 안 된다. 화장실 불을 끄고 나와 방문을 열고 원래 자리에 수건을 건다. 침대의 위치를 한 번 재확인 한 다음, 방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끄고 침대에 쓰러지듯이 눕는다. 이불의 시원한 감촉이 좋다. 좌우로 몸을 살짝 틀어가며 베스트 포지션을 찾아낸 다음, 왼 팔을 베개 아래에 집어넣는다. 눈을 살며시 감고 오늘은 만나지 못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녀의 입술, 가늘고 흰 목, 어깨와 가슴께를 부드럽게 덮내렸던 검은 머리칼과, 하얀 사막에 작은 호수같은 그 배꼽. 마지막으로 부끄럽게, 하지만 너무도 사랑스럽게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미소. 아, 오늘은 정말 보람있는 하루였구나,

라고 말할 수 있었던 마지막 밤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죽어 있다. 간데 없는 희열과, 남의 집 금고 엿보듯 항상 다른 곳에 대해서만 샘솟는 정열과 나와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고운 친구들이 걸어주었던 그 많은 건배들이, 그 모두가 죽은 듯 웅크리고 있다.


아, 나는 정말 무엇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를 미워하는 것조차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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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 에쿠니 가오리 지음 / 신유희 옮김



'볼품 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저분한, 도대체 그 나이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하고, 몇 푼 아끼자고 매번 슈퍼마켓 저녁 할인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는, 애당초 범주 밖의, 있을 수 없는,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연애 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는' 마미야 형제.

비록 외모와 행동 모두가 매력없고, 특별한 장점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이지만, 마미야 형제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세상을 요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 요리는 가끔씩 차려 먹는 비싸고 호화로운 음식이 아니라, 매일 밤 집에 돌아오면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아서 먹는 한 그릇의 쌀밥에 가깝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온 많은 이들은 스스로를 꺼내어 보게 되는 것이리라.

애초에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싫어했던 이유는 그녀의 글이 불안할 만큼 섬세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들어앉은 인물들은 모두가 너무 가녀려 어쩌면 간단히 부서질 것 같은 감정의 선을 서로에게 걸고 엮으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유리로 만든 줄을 타는 장님처럼,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는 내내 이 인물이, 혹은 이 세상이 덜컥 무너져내리지는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확실히 그녀의 글에는 청량감 있는 독이 숨어 있다. 대체적으로 짧은 문장, 잘 제련된 묘사, 술술 읽히게 하여 읽는 이가 방심하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그 가슴을 열어두었다가 심장 부근에 한 방에 때려넣는 따스한 감성의 원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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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 미야베 미유키 지음 / 김현주 옮김


근래 우연찮게 추리 소설을 본으로 하는 작가들의 비 추리 소설을 접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사실, 나에게도 소설로 써 보고 싶던 게임들이 있다. 드래곤 퀘스트가 그랬고, 창세기전이 그랬다. 하지만 시작과 거의 동시에 내 필력의 하찮음이 드러나고, 게임 제작자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솔찬히 원작을 모욕하게 되더라. 아, 컨버전의 어려움이란.

나는 PS2 타이틀인 '이코'를 해 본적은 없지만,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만 해 봐도 심상치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코를 칭찬하는 리뷰는 널렸고, 곳곳에 이코를 자신의 생에 최고의 게임이라는 포스트를 올린 블로거들이 퍼져 있었다.  

요지는,

왜 책에 대한 감상을 쓰면서 컨버전의 어려움과, 원작 게임의 탁월함만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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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브로

<괴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이선희 옮김>


"웃음 3부작"을 마무리하는 괴소소설.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독소소설』에 이어 두 번째로 웃음시리즈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이 단편들의 매력은 허무맹랑한듯 하면서도 현실의 이면을 제대로 꼬집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다. 어쩐지 근래에는 우연히도 풍자적인 책들만 보고 있는 듯도 하지만 어찌됐든 시니컬보다는 코믹하게 현실을 할퀴는 쪽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읽은 순서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는 『독소소설』보다는 『괴소소설』이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것 같다. 즐거움도, 독성도. 하지만 아무래도 내 결론은 "웃음 3부작"은 모두가 서재에 꽂아놓고 두고두고 읽을 만한 것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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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악어 / 마리아순 란다 지음 / 유혜경 옮김


특정한 책을 노리지 않고 목적없이 서가를 유유히 기웃거리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놈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쑥 뽑아드는 것이다. 도서관 서가에 꽂힐 만한 책이라면 어느 정도는 되겠지, 하는 뿌리 없는 안심에도 불구하고 항상 좋은 책이 걸리는 것은 아닌데, 이번에는 대박이 났다.

구두를 먹는 악어라니! 타인에게는 드러나지 않는 자신만의 악어를 지니는 병. 고립된 상황과 인간 관계의 절박함,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란다는 '악어병'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질병으로 명명한다. 크로커다일약, 크로커다을 좌약, 크로커다일 소다수를 아무리 먹어도 침대 밑의 악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가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리지 전까지는.

『침대 밑 악어』는 통째로 하나의 유쾌한 알레고리다. 품고 있는 의미는 카프카의 『변신』과 유사한데, 카프카가 인간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그로테스크함으로 무장하였다면 란다는 그런 정공법보다는 우스꽝스러움을 통해 에두르고 있다.  

『침대 밑 악어』는 작은 책이다. 일반 문고형식으로 찍어내면 채 100페이지가 되지 않을만큼 짧다. 그 속에 1000페이지에도 남기기 힘든 이야기를 눌러담은 마리아순 란다의 통찰과 재치가 욕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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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이선희 옮김


이 책을 읽고 단 한 번이라도 쓴 웃음을 흘렸다면, 인간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동물인지 안다는 뜻이다.

본래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을, 그것도 주로 "슬픈 반전"을 무기로 삼는 추리소설을 쓴다고 한다. 그런 그가 딱 세 편의 블랙 유머 단편집을 내놓고는 더는 단편을 쓰지 않겠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하는데, 비록 웃음 3부작 중, 가장 떨어진다는『독소소설』이긴 하지만, 이 작품 하나만 놓고 보았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는 원래 헤엄치던 풀장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쓴웃음을 지을만한 인간의 단면들을 포착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양태를 문학적으로 에둘러 표현하기보다, 직접적으로 제시하여 다수의 대중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써낸 그 가벼움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한 가지를 더 짚자면, 이 책은 "독"소소설이라기에는 독성이 그다지 치명적이지 못하고, 독"소"소설이라기에도 너무 심심하다. "큭큭큭큭, 허걱!, 낄낄낄낄," 등으로 시작하는 역자 후기는 지나친 과장이다. 겨우겨우 '피식'을 유발할 뿐. 가네시로 카즈키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로는 약발도 안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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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 커트 보네거트 지음 / 김한영 옮김


커트 보네거트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훨씬 더 진보해 있었을 것이다.

블랙 유머의 거장. 이 시대 최고의 풍자꾼이라 불리는 커트 보네거트가 미국과 기계문명에 대한 익살맞은 공격을 통해,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휴머니즘의 불꽃을 태우기 위해 여든 둘이라는 고령에 써낸 이 산문집은 마치 커트 보네거트의 사상을 핵심요약한 노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여든 넷의 온 생을 통해 일구어진 반짝이는 해학과 깊이 있는 농담, 날카로운 촌철살인이 더 이상 세상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그가 타계한 2007년은 역사에 손꼽을만한 비극적 한해가 되어야 할 지도. 아, 이제 누가 커트 보네거트의 빈자리를 메울 것인가.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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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7]

Chronicler 2007/12/07 23:14

양 손에 하나씩 움켜쥐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많이 주을 수 없다. 욕심을 버리고 진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