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야! 엄마 없는 김지구 어디 가냐!"
 
  우리 아빠가 그랬어. 애들이 지구 엄마 없다고 그러면 대답하지 말라구.
 
  "야, 김지구는 귀머거리에 벙어리다!"
 
  우리 아빠가 그랬어. 애들이 놀려도 먼저 화내지 말라구.
 
  "벙어리 김지구, 그러니까 엄마가 도망갔지!"
  "나, 벙어리 아냐!"
  "으아, 김지구 또 돌멩이 던진다! 너희 아빠한테 다 일른다!"
 
  아빠가 화내지 말랬는데, 애들한테 돌멩이 던지면 종아리 맞는댔는데, 그래도 지구 엄마 도망간 거 아니란 말야. 아름이 친구들아, 너희는 알지?
    
 
  -10월 23일-
 
  아름이 친구들아, 잘 지내니? 지구도 잘 있어.
  사실 지구는 잘 못 있어. 지구가 돌멩이 던졌다고 영석이가 아빠한테 일러서 종아리를 맞았어. 아빠는 또 술을 마시고 집에 왔어. 아빠는 지구한테 맨날 엄마 닮아서 속 썩인다고 보기 싫다고 말하지만, 지구는 아빠를 무척 사랑해. 아빠도 진짜로는 지구를 많이 많이 사랑하는데, 지구는 다 알고 있어. 맨날 잠꼬대로 지구 엄마, 지구야 부르거든.
  궁금한 게 있어. 아름이가 그랬는데, 너희 별나라 친구들은 밥 대신 흙을 먹는다면서? 정말 신기하다. 아름이가 너희와 친구가 되려면 지구도 흙 먹을 줄 알아야 된다고 그랬어. 그래서 지구도 흙 먹어봤는데, 배가 아파서 혼났어. 처음에는 다 그런 거래. 매일 조금씩 먹으면 언젠가는 나도 너희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아름이가 그랬어. 대신 꼭 아름이가 보는 데서만 먹으라고 그랬어. 흙 먹는 건 비밀로 하기로 아름이랑 약속했지만, 너희는 아름이 친구니까 괜찮을거야.
 
 
  -10월 25일-
 
  아름이 친구들아 안녕? 나 지구야.
  오늘은 애들이 나쁜 말을 했어. 아름이가 거짓말쟁이고 사실은 지구를 놀리고 있는 거래. 걱정 마. 지구는 그 애들이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해. 아름이는 하나뿐인 지구 친구잖아. 그리고 아름이가 거짓말쟁이면 너희들도 진짜 없는 거잖아. 말도 안돼. 그치?
  별나라 친구들아. 얼른 어른이 되어서 너희를 만나고 싶어.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줘.
 
 
  -10월 30일-
 
  아름이 친구들아 안녕? 오랜만이야.
  아름이가 며칠째 보이지 않아. 애들 말로는 전학을 갔다고 해. 근데 나한테 말도 없이 아름이가 전학을 갈 리가 없잖아. 아마 내 생각에는 너희 별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급하게 돌아간 것 같은데, 아름이 거기 와 있지?  아름이한테 얼른 돌아오라고 전해줘.  
 
 
  -11월 10일-
 
  별나라 친구들아 안녕? 지구야.
  아름이가 하도 소식이 없어서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아름이가 전학 갔다고 말씀하셨어. 선생님은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인데, 그럼 아름이가 거짓말한 걸까? 우리 엄마도 지구 과자 사러 간다고 그랬는데. 아니지? 아름이 금방 지구한테로 돌아오는 거지?
  친구들아. 지구는 아름이가 보고 싶어.
 
 
  -11월 20일-
 
  별나라 친구들아. 지구야.
  아름이는 아직도 오지 않았어. 아름이 올 때까지 지구 혼자 몰래 흙 먹을려고 했는데, 영석이한테 들켰어. 영석이가 아빠한테 일러바쳐서 지구는 또 종아리를 맞았어. 이번에는 돌멩이를 던지지도 않았는데. 아빠는 지구가 너희들과 친구 하는 게 싫은가봐. 아빠가 엄마 없이 혼자라고, 지구도 친구 없이 혼자였으면 좋겠나봐. 아빠가 미워. 그리고 엄마도. 모두 다 미워. 지구는 혼자야.
  아름이 친구들아. 나도 너희가 사는 별나라로 데려가 주면 안 돼? 아직 하루에 흙은 한 줌 밖에는 못먹지만, 그래도 데려가 주면 안 돼?
 
 
  -11월 23일-
 
  아름이 친구들아. 어디쯤 와 있니?
  지구는 지금 뒷산에 올라와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벌써 삼일째 여기에 있어. 가져온 과자도 다 떨어지고 너무 추워. 배가 고파서 흙을 좀 많이 먹었더니 배탈이 났는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엄마가 보고 싶어. 아빠는 엄마를 못찾는다고 했어. 혹시 지구 엄마 거기 있니? 그렇지? 얼른 지구를 데려가 줘. 엄마도 만나고 아름이도 만나고 싶어. 응? 금방 올거지?
  지구는 너무 졸려워서 딱 한숨만 자고 일어날게. 그 사이에 어서 내려와서 별나라로 데려가 줘. 약속했어! 알았지?  




한페이지단편소설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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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얍삽하다. 기말고사는 12월이라는 사실은, 11월 하순인 지금에서도 마치 기말고사가 한 달이나 남은 것 마냥 나를 방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누구나 다 겪은 현상 하나. 중간고사 끝나고 기말고사까지의 텀이 어쩐지 짧게 느껴진다. 시험보는 과목은 여섯 과목, 실험 한 과목은 프로젝트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나는 요즘 뜬금없이 XML을 익히는데 맛들렸다. 이건 또 무슨 최신식 지랄인지.

돌아보면 은근히 중간고사를 잘 봤다.

  • 신호와시스템 : 중간고사 무려 1등
  • 일반화학및실험 : 느낌상 거의 만점
  • 프로그래밍방법론 : A0 안착
  • 마이크로프로세서 : 다름슈타트 공대 노벨물리학상 수상 기념 모든 수강생 만점처리-_-
  • 실험이야 프로젝트에 달린것이고
  • 문제1. 공업수학 : 기말 다 맞춰야 아마도 A0?
  • 문제2. 회로망이론 : 기말 다 맞춰도 혹시나 Bx?

그래서 지금 이상하게 여유만만인 것이다. 내 인격은 말도 안되는 놈이라 마감에 쫓기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있는데, 매번 후회하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으나,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다짐은 항상 행방이 묘연하다.

인생의 모토는 "재미없어지는 순간, 다 때려 칠거야." 로 바뀌었다. 한 며칠 재미나던 공부가 슬슬 재미 없어지려해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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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0]

Chronicler 2007/11/20 22:25



날씨가 추워서 그런 탓인가. 하루가 후딱 왔다 후딱 가는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 하루는 또 어찌나 빨리 지나갔는지, 책 몇자 보고, 수업 몇 시간 듣고, 키보드 몇타 두들기니 벌써 오늘도 두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하루가 바삐 흐르든 그렇지 않든, 어차피 나의 하루는 온건하고 단조롭다. 테니스 황제와 테니스 전설이 손을 맞잡고 입국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일본인들은 지문을 내주고서야 한국땅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이명박후보는 또 한번 휘청거리는 중이고, 삼성은 도덕성을 의심받고 있다. 세상은 나를 제껴놓고는 여전히 시끄럽다.

요즘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컴파일러.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아름이. 가장 많이 기다려지는 것은 기말고사. 가장 하기 싫은 것은 전자컴퓨터실험 텀프로젝트.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은 데스크탑 컴퓨터.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노르웨이. 비틀즈와 하루키에 따르면 노르웨이에는 숲이 있다던데.

월화드라마 두개를 동시에 딱 끊었다.

컴퓨터 공부는 재미있다. 굳이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컴퓨터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전반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흥미가 있다. 아직은 2학년, 내년까지만 이것저것 뒤져보고 들쳐볼 생각이다. 그 후에는 내가 갈 길을 정하겠지.




방금 보냈지만, 또 네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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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포스트는 2007년 한양대학교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2학년 2학기 과목인 "전자컴퓨터실험2"의   Term Project에 관한 개인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Term Project와 관련해서 발생하게 될 모든 불미스러운 일에 대하여 우리 조를 위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Term Project 제안서]



모스 부호 해독기

 

<사전지식>

 

1. 모스부호란?

 1838년 원형(原型)이 구상되고 1843년에 실용되었다. 짧은 발신전류()와 비교적 긴 발신전류()를 배합하여 알파벳과 숫자를 표시한 것으로 기본적인 구조는 세계적으로 공통된다. 국제간에 협정된 모스부호의 구성은 다음 규칙에 따르도록 규약되어 있다. ① (dash)의 길이는 점(dot) 3배일 것, ② 한 자를 형성하는 선과 점 사이의 간격은 1점과 같을 것, ③ 문자와 문자의 간격은 3점과 같을 것, ④ ()와 어의 간격은 7점과 같을 것 등이다.

 

2. 모스부호표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로젝트개요>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스위치를 길고 짧게 누름을 통해 입력한 모스 부호를 내부적으로 판독하여 LCD에 출력하는 것을 기본 기능을 지닌 모스 부호 해독기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이다.

 

 1. 입출력 관리

 보드에 있는 SW3~SW6까지의 스위치를 통해 모스 부호를 입력받을 것이다. 그 방안은 다음과 같다.

 : 각 스위치당 점, , 문자간 공백, 부호 백스페이스 기능을 부여하는 방법

 : 하나의 스위치를 길고 짧게 누름을 통해 점, 선을 표시하고, 문자간 공백과 부호 백스페이스를 각각 하나의 스위치에 할당하는 방법

  : 하나의 스위치를 길고 짧게 누름을 통헤 점, 선을 표시하고, 그 스위치를 일정시간 동안 누르지 않는 것으로 문자간 공백을 표시하고, 다른 스위치에 백스페이스 기능을 할당하는 방법.

 출력은 해독된 모스 부호의 영문자 및 숫자 표현을 LCD에 표현할 것이다. 또한 특정 스위치를 누르면 입력된 신호를 부저를 통한 모스 부호로 표현하는 기능도 구현할 것이다.

 

 2. 인터럽트 관리

 외부 인터럽트가 들어오면, LCD 화면을 clear하거나 문자 하나를 삭제하는 등, LCD display에 관련된 제어를 행할 예정이다.

 

 3. 각종 부가기능 내장

ATmega16이 내장하고 있는 16Kbytes의 프로그램 메모리를 최대한으로 사용하여, 모스 부호를 해독하는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해독한 모스 부호를 하나의 명령으로 인식하여 LED나 부저를 조작하거나 LCD를 디지털 시계로 전환하는 기능을 부여할 것이다. 이를테면, 모스 부호를 통하여 입력한 문자열이 “buzz”일 때 스위치를 누르면, 부저를 울리는 등의 부가기능을 내장하는 것이다.

 

 4. PC와의 통신 기능(사용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USART통신을 통하여, PC와 연계해, PC에서 문자를 입력하면 부저를 통하여 길고 짧은 소리를 내어 그에 해당하는 모스 부호를 표현하는 기능도 고려중이다.

 

  모든 기능은 16Kbytes 프로그램 메모리에서 구현할 수 있을 만큼만 구현할 예정이고, 메모리가 부족할 때 구현할 기능의 우선순위는 1->2->3->4 순이다.

 

 

  

<프로젝트 일정>

1주차(11/14~11/21)

- 각종 제반 학습

   : 모스 부호 인식 프로그램 검색 및 연구, 아직 익히지 못한 AVR 기능에 대한 복습

 

2주차(11/21~11/28)

- 모스 부호를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 최적화.

- 입력 스위치를 길고 짧게 누르는 형식으로 사용할 시, 적당한 딜레이를 찾을 것.

- 기본적인 모스부호 해독 프로그램을 완성.

- 프로그램 메모리의 잔여 용량을 확인하여 부가기능을 어느 정도로 구현할 것인가 결정.

 

3주차(11/28~12/5)
- 부가기능 구현을 위한 제반 학습

- 필요한 경우, 각종 센서나, 스피커 등의 외부 기기 회로를 조성

- 결정된 부가기능을 수행할 코드 작성

 

4주차(12/5~12/12)

- 최종 테스트

- 최종 보고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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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라희찬 / 주연 : 정재영


 수많은 연예인들이 나가면 고생인 줄 잘 알면서도 한 번 체험해 보려 애를 쓰는 이상하게 끌리는 프로그램,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는 애초에는 방송에서는 밝힐 수 없으리라 생각되어왔던 연예인들의 개인사를 캐내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욕구를 시원하게 긁어주며 인기를 모았다. 애초에는 그랬다. 회를 거듭할 수록 이상하게 변질되어 출연자들이 점차 고민 같지도 않은 고민을 가지고 출연하니, 저건 누가 봐도 자기 영화, 자기 드라마 홍보하러 나왔음이 훤하게 드러나는데 약발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오히려 장진 감독은 영화 홍보보다는 진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왔을 것이다. 장진 감독이 세트장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오면서 "저, 여기가 무릎이 닿기도 전에....." 라고 말하자 무릎팍 도사 일당이 안 신나는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장진 감독의 무릎이 세트장에 닿기도 전에, 나는 이미 꿰뚫어보았다. "너, 영화 안 되서 왔지!" 장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TV에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나처럼 무릎팍도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상하게 장진 감독의 영화는 장진의 네임밸류에 비해 안 팔리지만, 확실히 장진 각본의 영화는 재미있다.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그리고 바르게 살자. 장진표 코미디는 최소한 내게는 돈을 주고 영화관에서 볼 정도의 가치는 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돈 내고 웃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도만 걷는 경찰, 정도만

 정재영은 실미도나 거룩한 계보에서 보여주었던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도 잘 어울리지만 코미디야말로 그에게 진정 딱 맞는 옷이라고 할 정도로 코믹하다. 물론 그 옷이 대부분 "메이드 인 장진"이라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최소한 장진의 코미디를 표현하는데 있어 정재영만한 배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교통순경 정도만은 융통성이라고는 인질들을 실제로 묶는 대신 "포박"이라고 써진 종이를 몸에 붙인다거나, 비협조적인 인질을 강간하는 대신 인질 앞에서 팔굽혀 펴기를 한 다음 포스트 잇으로 "강간"이라고 써서 붙이는 정도밖에 없는 원리원칙형 인간이다. "후회하실텐데....." 모의 훈련에서 그에게 은행털이 역할을 맡기는 경찰서장 이승우에게 그는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여덟 명을 모의로 사살하고 한 명을 모의로 강간하는 완벽한 은행강도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웃음 포인트는 곳곳에 널렸다. 은행털이 모의 훈련이라는 상황 자체가 가져다 주는 특이함과, 그 훈련이 의아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는 인질들의 반응, 조연배우들의 은근하면서도 독특한 대사, 실제로 쏘는 대신 입으로 '빵' 소리를 내는 총, 그 빵 소리에 목에 '사망'이라는 종이를 걸고 바닥에 누워 시체 역할을 수행하는 형사들. 실제로 영화관에서는 스크린에 영화제작사 "필름있수다" 라는 글자가 뜨는 순간 웃는 관객도 있었다.

 한 해에도 많은 코미디 영화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무기 삼아, 영화 자체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으려 하지 말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러닝 타임 동안 실컷 웃다가 가라고 종용한다. 마치 그게 코미디 영화의 미덕이기라도 한 것처럼 스스로의 내용없음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관람료 7000원을 내고 아무 생각없이 웃고 나와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나를 웃겨 준다면, 충분히 가치 있다 하겠다. 코미디 영화를 보며 티켓이 제 값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7000원을 내고 700원짜리 코미디 영화를 본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인가. '바르게 살자'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영화는 정말 딱 7000원짜리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극찬이고, 이런 싸구려 극찬을 해야 하는 코미디 영화의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다.  


여담. 빛도 못 보고 사라져가는 영화가 부지기수인 시점에서, 사실 장진 감독은 그나마 잘 팔리는 축에 속한다. 어쩌면 무릎팍이 그에게 배부른 고민이라고 나무랐던 것이 명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장진 감독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 증거 포스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조차 포스터에는 이름밖에 못 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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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강까지 어느덧 한 달만을 남긴 시점이다. 지금에서 와서 이야기하면 뭐하겠느냐만은, "전자컴퓨터실험2"는 이번 학기 내가 수강하는 것들 중 "단위 학점당 부담감"으로 치면 단연 독보적인 과목이었다. 23년 인생, 꾸준히 실기에 약세를 보였던 나였지만 올해는 특히 때로는 '이건 저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손 댄 실험들은 언제나 병신처럼 마무리되는 추세였다. 솔직히 아직도 그 때 그 빵판에 설계한 회로, 어디가 잘못된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각설하고, 결국은 실험과목인지라 기말고사는 term project로 마무리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며칠을 고민을 해 봐도 도저히 이 보드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감도 안 서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양대 보드. 의외로 프로젝트 선택의 폭을 줄이는 구조다.

 솔직히 말해서 여전히 하드웨어 쪽으로는 아니올시다고, 겨우 코드를 해독하고 간단하게 수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주어진 보드에서 온도 센서라든가, 스피커라든가 하는 장치들을 어떻게 연결해서 써야 할 지를 나는 도통 모르겠다. 프로세서의 핀은 보드 차원에서 이미 다 배정이 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은데. 차라리 선배님들이 하셨던 것 처럼, 빵판에 자기 임의로 입출력 포트와 장치들을 연결할 수 있게 풀어놓았다면, 텀 프로젝트에서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을까.

 이래저래 한 주 동안 엎치락 뒤치락 고민하다가 결국은 작년에 과 동기가 만들었다던 "모스 부호 해독기"를 제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부족한 창의력으로 특별한 외부 장치 없이 이 보드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뽑아봐야 기껏 계산기나 디지털 시계 따위의 진부한 것들 밖에는 생각 나는게 없으니, 비록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는게 조금은 자존심 상하지만 그나마 희소성 있는 "모스 부호 해독기"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그 동기에게 절대로 아무런 조언을 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ㅋㅋ.

 

<현재까지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문제점들>
 -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보드가 제공하는 parallel isp를 사용할 수 없다. usb-to-parallel 컨버터를 사용하여 프로그래밍 할 수 있을지를 검증해야 한다.
 - 전원으로 사용할 어댑터가 없다. 있어도 표시전압 이상의 전압을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테스트가 필요하다.
 

금주 수요일 실험시간까지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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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게 다 사장님이 뱀파이어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라마예. 와 우리가 돈 대신 피 받고 술 팔겠십니꺼."
 "진짜?"
 "진짜라카이."
 "에이,"
 "찍고."

 아, 차라리 자기가 모기라고 고백했다면 조금은 믿어줄텐데. 뱀파이어라는 양반이 복부비만에, 다크서클에, 게다가 "있지예, 사실 지가예, 뱀파이업니더." 라니. 믿으라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사장님, 고향이 어디세요?"
 "갱남 밀양인데예."
 "원래 뱀파이어들 고향은 저기 뭐야, 유럽 어디 아니에요?"
 "그라마 손님 고향은 어디십니꺼?"
 "저는 서울 토박인데요."
 "아입니더. 손님 고향은 저 아프리카 어딜낍니더. 거서 최초의 인간이 티나왔다 카두마요."
 "......"
 "지는 마, 토종입니더."

 밀양 단감, 밀양 사과는 몰라도 순박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밀양 토종 뱀파이어라니. 저 어울리지 않게 폭넓은 지식은 또 뭐란 말인가.

 "뭔가 뱀파이어 이미지가 아니신 것 같은데......"
 "하하하, 그래가 지가 이래 장사하는 겁니데이. 누가 봐도 뱀파이어 같이 생긴 놈이 피 받고 장사 해 보이소. 되겠십니꺼? 지맹키로 이래 배도 든든하이 티나오고, 사투리도 구수한 놈이라야 인간들이 의심을 안 하지예."
 
 위장전술. 설득력 있다. 게다가 사장님을 보자니 그들의 작전은 완벽하다. 저런 뛰어난 두뇌를 지닌 뱀파이어라는 치들이 마음만 먹으면 인류따위, 손쉽게 멸망하지 않을까?
 어느새 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있는 스스로가 더욱 웃겼다. 하긴, 지금은 무슨 이야기라도 믿고 싶으니까.
 
 "음, 그러면 낮에는 못 다니시겠네요?"
 "와예, 요새는 썬크림이 하도 좋아가 잠깐 동안은 개안십니더."
 "혹시......사람도 물고 그러시나요?"
 "으은지예, 지들도 인자 마 티 안나게 살기로 맴 묵은지 한참 됐십니더. 이래 말하마 손님한테는 좀 이상할랑가 몰라도, 인간들 목에 이빨 꼽는 것도 적당하이 해야지, 뱀파이어 숫자 늘라봤자 결국 입만 늘고 밥그릇 숫자는 줄어드는거 아이겠십니꺼. 그라이깐에 이래 술장사 하는 거 아입니꺼. 돈 대신 피 받고 술 팔고."
 "사실 저는 무슨 적십자나 헌혈 협회 같은데서 나오신 줄 알았어요. 피 400ml에 술 400ml라니. 뭐 꼭 적십자 아니더라도 저 같이 돈은 없고 고민은 많은 놈들한테는 자선사업하시는 거에요."

 그렇다. 돈 없고 고민은 많은 것이 나의 문제였고, 나의 문제가 그러하다는 것이 그녀의 문제였다. 피 팔아 술 마시는 못난 놈에게 그녀는 이제 지쳤다는 문자 한 통으로 이별을 고하고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렸다. 못난 놈은 그녀는 커녕, 그녀를 찾을 방법조차 찾을 능력이 없어 오늘 밤도 이렇게 피를 팔아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허허, 안 문다 카는구마 와 이래 겁내십니꺼."
 "그게 아니라, 고민거리 기껏 술로 눌러놨는데 사장님 때문에 다시 들고 일어나잖아요."
 "음, 딱 보이깐에 손님, 실연당했지예?"
 "뭐야. 뱀파이어는 독심술도 해요?"
 
  '손님 얼굴에 다 써 있십니더' 라고 사장님의 웃는 얼굴에 다 써 있었다. 술이 다 떨어진 참이다. 아, 피를 좀 더 뽑을까, 하루에 두 번도 뽑을 수 있으려나, 궁금해서 물어보려는 찰나, 사장님이 손가락으로 다른 테이블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손님, 그라마 저쪽에 쟈는 어떻십니꺼?"
 "누구요, 저기 서빙 보는 분이요?"
 "예, 쟈가 그래도, 밀양에서는 묵어줬십니더. 쟈가 한번 웃었따 카마, 동네 머스마들이 전부 지~일질 흘맀다 아입니꺼."
 "저기, 그럼 혹시 저 분도......"
 "아, 예, 예, 맞십니더."
 "뱀파이어는 좀 곤란할 것 같은데. 까딱 싸우다 물리기라도 하면요."
 "걱정 마이소. 그래도 쟈는 살밥도 잘 묵십니더."
 "예?"
 "살밥, 살밥."
 "쌀밥?"
 "예, 살밥."
 
 살밥을 잘 먹는다는 그녀에게서 인간적이지 않은 섹시함이 풍기는 듯 했다. 기왕 솔로 복귀 한 거, 한 번 들이대 봐? 주문을 받고 돌아서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그 수 많은 '머스마'들을 쓰러뜨렸다는 웃음을 나에게 날린다.
 두 쌍의 송곳니가 날카롭게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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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께서 득용(得龍)이라는 존함을 얻으신 연유가 범상치 않다. 선생의 모친께서 선생을 잉태하셨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모친께서 툇마루에 나와 오수에 드셨는데, 꿈에 비늘이 영롱한 용이 나타나 우렁차게 울어대며 하늘을 유영하였다. 길조를 짐작하신 모친께서 용이 가는 길을 따라나서자 그 상서로운 용이 포목점 장씨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모친께서 황망히 꿈에서 깨어 포목점으로 발걸음을 하시니 아니나 다를까 장씨의 내자가 만삭이었다. 모친께서 장씨의 내자에게 자초지종을 이르시며 용을 팔라 종용하시니 교활한 장씨의 내자가 비싼 값을 부르더라. 이에 모친께서 기지를 발휘하시어, 항시 품에 지니시던 화투패를 꺼내어 내기판을 벌이사, 파죽지세로 장씨의 내자를 압도하시니, 사내로 태어났다면 천하를 호령하였을 모친께서 이처럼 여인으로 태어나신 것이 다 선생을 세상에 내고자 하는 하늘의 높은 뜻이 아니겠는가. 모친께오서 용은 물론이거니와 흰 천 두벌까지 손에 들고 댁으로 개선하시니 비로소 선생의 존함이 득용, 존호가 백포(白布)이시다.
 
  선생은 어려서부터 각다귀같은 아이들의 철없는 장난질을 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