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탁 [20070529]

Poet 2007/05/29 18:20


썩어져 고마운 것도 있다

홍탁 눈을 뜨고
시들어진 시간처럼 문득 일어나
드잡이를 걸었다
마른 빗물처럼 곰팡내 도는
저 숨소리가 그날의 내 것
이었다니
묵묵히 눈 마주하면 어쩔 줄 몰라
이럴 줄은
몰랐었다
그 숨
정지는 죄악
부패는 형벌이라 믿으며
뜀박질 하던 그 맹렬한 맛

삭힌 삶을
누구도 단박에 씹어
넘길 수 없는 이유로 홍'탁'이란다

그 맛
썩어져 고마운 것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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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모 공대를 다니는 친구놈의 생일선물로 가역 폴리트로픽 과정의 일을 유도하는 적분을 해주고-_-답례로 이 영화를 받았다. 고마워서 야동이라도 줘야되겠다던 녀석이 메신저에 떡 올린 파일은 700mb짜리 두개. 오오, 제목도 있고 2005라는 연도표기까지 있는걸로 보아 개봉작이로다. 얼마나 하이퀄리티길래! 오만상 기대하며 클릭을 하였거늘, 살색이 모니터를 흥건하게 채워도 모자랄 판에, 제일 먼저 시야를 유린한 것은 바로 군복이었다.......

       울며불며 논산으로 향하는 친구들의 앞날을 위해 열심히 담뱃재에 가래침에 세 시간 농구하면서 신고 있던 양말까지 푸짐하게 첨가한 군주를 말았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하나 둘 포동포동한 얼굴로 돌아오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부러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나는 미필자. 그렇다고 면제도 아냐.

요지 1.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것.
요지 2. 군대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내용에 대해 지껄이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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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님이십니다.


       듣자니, 이 영화는 외모는 물론 행동거지까지 너무도 고문관스러운 고문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윤종빈 감독의 졸업작품이라던데. 졸작이 칸 영화제까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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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Leviathan)
폴 오스터 지음 / 황보석 옮김
421p , 열린책들

이 책의 원제인 <리바이어던Leviathan>은 원래 토마스 홉스가 개인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권력이라고 정의한 것이지만, 폴 오스터는 그것을 개개인의 의지가 운명의 힘에 휩쓸릴 때 얼마나 허약하고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 中

한 작가의 책을 연속적으로 읽는 것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 한게 얼마되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것의 단점을 깨달았다. 작가에 대한 독자의 의견이 고착화되면서 작품이 의도하는 바를 작가에 대한 선입견 위에 놓고 해석하는 버릇이 들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주제가 폴 오스터가 꾸준히 이야깃거리로 다루었던 우연과 운명이라는 아이템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그것들을 너무 마음에 두고 읽어나가다 보면 폴 오스터가 우연의 힘을 빌려 우리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물밑 주제를 눈치채지 못하고 책을 덮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함께 계단을 올라갔고, 일단 안으로 들어서자 나는 그에게 이 책의 원고를 넘겨주었다." 라는 서술로 끝맺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구조적으로 상당히 흥미롭다. 이 책 자체가 책 속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 오스터의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숨은 재미가 바로 이런 식의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흩어놓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허구로 꾸며 내는 일들이 아무리 허무 맹랑하더라도 현실 세계가 끊임없이 토해 내는 예측 불가능한 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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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요커는 다이어트 Coke를 마신다더라. 요런식으로 살다가 뉴욕은 냄새도 못 맡아보고 토속적이고 조촐하게 죽어버리지나 않을까 너무 걱정이 되어 입맛이라도 미쿡으로 보내야 했다. 그래서 음료수는 무조건 다이어트 콜라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나중에 미국에서 살 때를 대비해 적응훈련 중이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사실은 상큼함은 그대로, 칼로리는 제로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야밤까지 공부를 하고 있자니 뱃속에서 호출을 때린다. 급히 협상 모드가 조성되고 위장과 지갑간의 회담이 개최되었다. 이번 의제는 "야식과 현금보유량 상호조절".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하던 양측은 협상과정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모두에 불리함만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두시 반쯤 깨닫게 되었고, 갑자기 협상은 불 붙은 듯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양측 의견을 조율하여 내려진 결론은 "다이어트 콜라 500ml + 사은품 다이어트 콜라 250ml 캔" 위장쪽 대표자는 언발에 오줌누는 식의 결정을 못마땅해했지만 별 수 있나, 나는 돈이 없는 걸.

          중요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쓰레빠 질질 끄실고 편의점을 가는 길에 술 취한 왠 커플, 어딜 가려는 데 발걸음이 마음데로 안떨어지는 겐지, 아니면 국민체조 도입 부분을 열심히 복습하고 있는 겐지 제자리걸음이 애처롭다. 그분들을 스쳐 지나서 편의점에 들러 콜라를 사가지고 오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다. 뒤에서 보니 한층 재미있는 그분들의 모션.

          그분들과의 거리가 한 스무 보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치열하게 제자리걸음하던 남자분이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툭 떨어뜨리시고는, 어어~ 하는 짧은 탄식을 뱉으셨다. 그러자 여자분이 오빠 내가 주워줄게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는 지갑을 줍는 액션을 취하는데, 아 글쎄 그 액션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봄이 어떤 계절인가. 왕십리를 걸어다니는 20대 여성의 팔 할이 짧은 치마를 입어주는 뜨뜻한 계절이 아니던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여자분 또한 팔 할에 속했고(그것도 매우 열성적으로 속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자분은 클럽에서 다분히 몸 좀 흔들어 본 역사가 있는 분이셨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갑 하나 줍는데도 영화나 시트콤에서나 나올법한 섹시 웨이브를 꼭 필히 반드시 무조건 어김없고 예외없이 보여줘야 하는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였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뒷쪽에서 걸어오던  나는 어둠속에서 살포시 빛나는 그 여성분의 속곳을 시야에 캐치할 수 밖에 없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자분이 그런 내 모습을 또 캐치했던 것이다.

          남자분이 야이 ㅆㅂ새끼야 뭘봐! 라고 언제들어도 나긋나긋한 서울말투로 말씀하셨다. 소심한 나는 최대한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성큼성큼 걸어 그분들의 옆을 지나쳐 걸어갔는데 끈기 있으신 남자분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이 개새끼야 거기 안서? 라며 친절하게도 나를 손가락으로 콕 찝어 부르셨다. 세시 쯤이었지만, 주변에는 아직 술을 마시고 있는 분들이 종종 있었고, 그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자 소심한 나는 얼굴이 붉어질 밖에. 그리하여 나도 모르게 멈춰서서 그 남녀분들을 돌아보았는데, 여자분은 오빠 하지마 사람들 보잖아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지 남자분을 꼭 붙들고 서 있었고 남자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시면서 왜 남의 여자친구 치마 속을 보냐는 내용의 욕설을 뭉개진 발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 주셨다. 부끄럽게도 많은 분들이 여기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계셨다.

          소심한 내가 용기를 내어 몇 마디의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그 술취한 남자분의 열정과 끈기에 심심한 감동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남자분의 용모 또한 그리 범죄형이 아니었던데다, 체격조건 역시 나와 거의 비슷한 등급이었으며, 무엇보다 나는 왼손에 500ml패트병, 오른 손에는 250ml 알루미늄 캔을 장착하고 있었으므로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양손에 든 아이템으로 그 남자분을 좀더 손쉽게 안마해 드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순간 나의 소심함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아니 이런 강아지 마냥 귀여우신 분, 오늘은 약주를 너무나 많이 하셨군요. 어서 댁에 돌아가셔서 편히 쉬시는 게 어떨까요? 자당께서 걱정하실까봐 염려됩니다.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가시고 다음에는 이런 누추한 곳에서는 만나 뵙지 않는 것이 어떨까요?" 라고 마음을 담아 간곡하게 말씀드렸다. 그러자 남자분은 크게 감동받으셨는지 할말을 잊어버리셨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고담 대구에서의 10년 생활이 나에게 가져다 준 완벽한 쌍시옷(ㅆ)발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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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The Music of Chance)
폴 오스터 지음  / 황보석 옮김
351p. -열린책들-


    우연과 자신의 결정 중 인생을 더욱 크게 좌우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고 다음 작가를 골라 또 반복하는 식의 독서방법이 효율적이고 또 추천할만한 이유는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제의식을 연속적이고 심도있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폴 오스터는 그같은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시켜주고 있다. 삶 속에 녹아 있는 무수한 우연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방식의 폭력들. 인생이라는 것이 순간의 선택에 따라 얼마나 급변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변화무쌍한 것이야말로 진정 현실의 삶이라는 것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그의 능력이 놀랍도록 탁월하다.

    소설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스톤"이 만드는 디오라마 속에 들어있다. 그 디오라마는 스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디오라마 속에는 디오라마를 만들고 있는 스톤이 있고 그 디오라마 속 스톤이 만드는 디오라마 안에 또 디오라마를 만드는 스톤이 있다. 러시아 인형처럼 점점 축소되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 세계. [신탁의 밤]에서 소설 속의 소설로써 세상과 소설의 경계를 무너뜨렸던 폴 오스터가 이번 작품에서는 디오라마를 통해 두 세계를 뭉뚱그린다. "잭 포지"를 우연히 만난 순간부터 크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던 주인공 "짐 나쉬"의 인생이 그저 하나의 비극이나 어딘가 있을 법한 그저 그런 이야기로 치부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스톤의 디오라마가 [우연의 음악] 속의 세계와 디오라마의 경계를 흔들어 놓을 뿐만 아니라, [우연의 음악]과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마저 뒤섞어 놓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에서 출발하여 현실을 꿰뚫어야 한다. 폴 오스터는 그러한 관통력이나 침투력에 있어서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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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탁에
피멍든 심장 하나 올랐다
젓가락을 기다리며
어금니를 기다리며

무기라고는 오로지 생명
이름 대신 自由라 적어 넣고
방패 너머로 던져 올린
주인 모를 장기 하나
송곳니 아래 썰물처럼
숨 죽인 이여 보라고
가지지 못한 이의 함성이
얼마나 아팠던가를
폭죽처럼 터지는 혈관이
얼마나 화려했던가를

오늘은
그들이 피 뿌린 텃밭에 나가
멍든 심장 한 포기 걷어 왔으니
되도록 잘근잘근 곱씹도록 하자
어금니에 눈물이 맺히도록
아무리 잘게 썰어내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民主의 피고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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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혁명(Takeover Mind)
게리 게이블 지음 / 나선숙 옮김
271p. 베텔스만


 소위 '처세술' 이라고 하고 고상하게는 '자기계발' 이라고 일컬어지는 장르(?)의 서적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첫 번째로 모든 책이 거의 대부분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이 책에서 본 내용을 다른 책에서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고 마지막으로 아무리 읽어도 내 스스로 가 책에서 시키는 데로 스스로를 조련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_-

 그래도 시대가 선호하다보니 나도 적게나마 이런 류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때마다 읽는데 들인 시간에 비해 얻는게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대개의 독후감의 전개 과정에서 보통 '지금껏 나는 이런이런 류의 책에서 아무것도 느낄수 없었지만 이 책만은 다르다'라는 방식으로 도입부분에 들어가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이런 류의 책에서 어떤 감흥이나 동기유발도 경험해 본적이 없었고(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제외. 그 책은 걸작이다)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독서는 많은 것을 바라고 시작하면 실망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관점이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은 꽤나 괜찮은 책에 속한다. 진짜 쓰레기 처세술 책은 중학교 수준의 도덕교과서만 마스터했다면 누구나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지리멸렬하게 늘어놓을 뿐이지만, 잘 된 자기계발서적은 대개가 그 책에서 강조하는 한 두가지의 특별한 개념이 있다. 이 책에서는 "T.O. 마인드(TakeOver Mind)"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 테이크 오버Takeover('테이크오버'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읽어가다 보면 감이 잡히리라 생각한다. '테이크오버'의 개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을 인수할 때처럼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자신이 책임지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능력, 즉 남에게 혹은 주위 환경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옮긴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할 때 그 기업에 대한 영향력과 조절 능력을 인계받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T. O.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인생에 그와 똑같은 영향력과 조절 능력을 스스로 부여해 줄 수 있다.

 이 책은 전체의 분량을 테이크오버 마인드의 특징과 장점에 관해 설명하고 테이크오버 마인드를 확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 제시하고 있다. 또 스무 개의 테이크오버 규칙을 제시해 요약적으로 테이크오버에 관한 내용을 재확인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하지만 한 챕터정도에 해당할 테이크오버에 관한 설명과 스무 개의 규칙만으로 충분히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을 중언부언하며 271p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늘여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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