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신영복 지음/돌베개
          젠체하고 싶어서 몇 권의 동양 고전에 손을 댔던 적이 있습니다. 논어나 맹자, 대학 등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목만 겨우 기억할 정도로 재미 없었고 머릿속에 남은 것도 하나 없습니다. 고전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읽은 것이 아니었으니 그럴 밖에요. 그때 다시는 이런 책들을 손에 잡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시간낭비라고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당장이라도 도서관에 달려가 논어, 맹자, 노자, 장자 가릴것 없이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데로 뽑아오고 싶은 기분입니다.
 
           제자백가들이 사상을 피력하고 난세를 마무리짓기 위해 종횡하던 그때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사이에는 이천년이 넘는 시간과 훨씬 넓어진 세상이 가로놓여져 있습니다. 그런 탓에 오늘날 이런 옛 사상가들의 저서를 읽는 것은 재미도 없을 뿐더러 읽었다고 해서 현실에 적용시켜 진보를 추구하기에도 그 내용이 좀 동떨어져 있는 감이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 속에서 이런 경서들의 위상은 점점 이끼낀 골동품의 자리에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고전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분들께서 이러한 고전들이 현존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의 해결책 역할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계시지만, 그런 메시지들조차 자칫 사변적이거나 현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입니다. 다수의 일반대중들-특히 젊은이들-에게 있어 이런 고전이나 철학의 영역은 연구자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책의 가치가 빛납니다. 이 책은 "관계론적 관점"에서 고전의 의미를 해석하기를 주장하면서 자칫 낡고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기 쉬운 내용들을 더욱 친숙하고 현실감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당면과제들에 대한 대응자세를 좀 더 직접적으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존댓말로 서술되어 있어 고전에 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역시 신영복님! 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철학사상에 관련된 지식이 전혀 없는 이가 읽기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한정된 분량 탓에 넓은 내용을 얕게 다루는 많은 교양서들이 비해,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큰 부분들을 짚어 깊이 있게 해설하면서도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1. 동양고전을 읽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2. 고전을 읽어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르겠다.
3. 공자왈 맹자왈 이런 것들은 현실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오래된 사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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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