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지음 / 황보석 옮김
-열린 책들- 230p
폴 오스터 지음 / 황보석 옮김
-열린 책들- 230p
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폴 오스터의 책 치고 너무나 깨끗한 외관으로 제 손길을 유혹하는 이 놈을 뽑아들고 출판 날짜를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초판 1쇄가 2007년 3월 30일이군요! 신간이 나오면 대개 석달 이상 서가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 현실인지라 이런 경우를 두고 심봤다고 일컫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폴 오스터가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혹은 인기가 없다는 증거인 듯하여 조금 씁쓸한 감이 있습니다.
이제껏 폴 오스터의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읽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하늘의 뜻이기라도 한 듯, 이 책의 출판은 제게 더이상 시기적절할 수가 없습니다. 폴 오스터를 처음 읽으시려는 분들에게 이 책은 절대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절대 읽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책을 제대로 읽으시려면 최소한 그의 작품 중 [뉴욕 3부작] [폐허의 도시] [환상의 책] [신탁의 밤] 까지는 경험하신 상태여야 할겁니다. 물론 기존에 나와 있는 그의 소설들을 모두 읽어봤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폴 오스터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맥락은 물론 "우연성"이겠지만, 그것 외에도 폴 오스터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을 즐깁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뭔가를 씁니다. 그것들을 통해 폴 오스터는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깊은 고찰을 보여줘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그런 그의 노력의 총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기록실"이라는 것은 그가 쓴 모든 작품을 의미하니까요. 작가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워 자신이 만들어낸 주인공들과의 소통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창조한 인물이 자신을 기록한 보고서를 쓰고 있다는 결말이었습니다.
소설가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동시에 그것에 의해 창조되어지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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