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드라마 편력은 다소 변태적고전적이라, 오로지 사극만을 고집한다. 현재 보고 있는 드라마는 대조영, 왕과나, 이산, 태왕사신기, 그리고 별순검. 뭐가 제일 재미 있느냐고 물어보면 단연 요 별순검이라고 대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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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여진님 찌그러져버렸다...

 

 듣자니, 애초에 그 팔자 한번 기구하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했다가 반응이 좋아서 정규로 편성했다가 반응이 시원찮아서 조기종영하였다 하니, PD 입장에서 이건 뭐 오뉴월 똥깨 놀려먹는 것도 아니고 에라이 젠장, 때려치고 말지, 라고 분노하며 소주에 닭발을 잘근잘근 씹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마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싸그리 물갈이된 배우들로 재장전, 다시 우리의 곁에 돌아온 CSI 조선, 별순검이다! (갈려나간 원래 배우들은 아직도 소주에 닭발을 잘근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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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무관 강승조 (류승룡 분)

CSI의 강령 제 1조. 카리스마 대장님을 모셔라!
마이애미에 계신 호반장님께서 으르렁 늑대 카리스마라면, 우리 강승조 경무관님께서는 어흥! 호랑이 카리스마라고나 할까. 미국인들 워낙 분방하여 때떄로 반장님께 대들거나 수사방식에 의문을 품거나 하는 일 빈번하나, 천하무적 강승조 경무관 아래의 순검들은 군기 바짝 들어 찍소리 없이 완전복종이다. 그것은 강승조의 수사계획수립이나 지시가 완벽하다는 것을 순검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류승룡을 내가 처음 본 것은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였다. 약간 비굴해보였던 정준호나 진정한 남자지만 어딘지 모르게 무식해보였던 정재영에 비해, 강인하면서도 차분한 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호감을 느꼈던 듯 하다. 무엇보다 페이스가 내 스타일이다. 별순검 시즌 1을 한 편도 보지 않았던 내가 시즌 2를 보기 시작한 이유의 태반 이상이 이 배우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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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순검 김강우 (온주완 분)
 
사람들 모였다 하면 어디나 꼭 하나쯤 있다는 혈기왕성청년- 역할을 해야할 것 같은 캐릭터이나 보고 있자면 꼭 그렇지도 않은 별순검의 젊은 피. 그 증거로 뛰어난 무술실력을 뽐내더라. 청나라 유학파라는데, 일본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그 말인 즉슨 이 양반 젊은 나이에 4개 국어를 통달했다는 것인데, 역시 조선시대에도 엄마친구아들은 존재하나.
나름 얽히고 설킨 멜로 라인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무거운 캐릭터이다.

어디선가 드라마 초반에 온주완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하다 싶어 검색해보니 '<해부학 교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온주완' 이라는 수식어가 들어있는 네이버 기사만이 눈에 보인다. <해부학 교실>을 보지 못하여 네이버의 눈썰미를 평가할 방법은 없지만, 별순검에서는 그냥저냥한것 같다. 한성별곡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준 발성보다야 사극에 잘 어울리는 것 같으니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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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순검 여진 (박효주 분)

여자가 있을리 없었을 별순검에 떡하니 자리 차지한 역사 왜곡의 결정체. 하지만 드라마니까. 시커먼 남자 순검들만 뛰고 달리는 사극은 이제 그만.
여순검인만큼 여성의 능력이 필요한 부분을 메꾸어준다-라고 평하면 패미니스트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았겠지만, 다행히도 드라마 자체에서 딱히 여순검이라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억지로 가져다 붙이자면 뭐, 겁탈당한 과부를 위로하고 설득했다든가, 궁녀들의 침소를 조사했다든가 하는 정도?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박효주를 처음 보았다. 아직 별순검을 모르던 무렵, 집에서 어머니랑 TV를 보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별순검이 딱 나왔는데, 박효주가 전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었다. 그때 본인 왈, 최지우 한복 입고 뭐하는 거지? 그때 엄마 왈, 어, 최지우 성형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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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순검 배복근 (안내상 분)

별순검에서 특수능력이라고 할 만한 것을 지니고 있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이자, 웃음 포인트를 던져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배순검 없으면 별순검은 돌아가도 별순검 드라마는 안 돌아갈 지경이다.
사실 특수능력이라고 해도 별건 아니지만, 자료분석이나 사건 정황 추론 같은 부분보다는 발로 뛰는 탐문 수사가 그의 전공이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한 몫 하는 듯 한데, 그렇다면 나는 왜 친구가 없지?


배우 안내상이야, 곳곳에서 보았다. 대개의 경우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고, 경상도 사투리를 쓸 때마다 웃음 포인트를 던지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반올림>의 엄하면서도 재미난 선생님 역할, <소문난 칠공주>의 고뇌하는 재혼남 역할을 거쳐, <한성별곡>에서는 자그마치 정조 역할을 맡아 네이버에 온통 "안내상 연기 잘하더라."라는 기사로 한동안 도배를 하더니, 별순검에서는 다시 코믹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한성별곡>도 물론 좋았지만, 나는 그가 경상도 사투리를 걸지게 쓰며 대본인듯, 애드립인 듯, 코믹한 대사를 던지는 모습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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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자료분석담당 능금(하재숙 분), 자료분석담당 오덕(김무열 분), 검률 류치경(이일웅 분). 비록 사진은 한 번에 묶어 처리했지만, 드라마 내에서의 역할이나 출연 빈도는 네 명의 순검들에 비하여 그렇게 쳐지지 않는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능금이는 화학, 오덕이는 물리, 류치경은 생물이라던가. 지구과학을 떠올리다니, 주입식 고등 교육의 폐해다.

별순검의 인물들을 보며 느끼는 한 가지 아쉬움은, 아직까지 순검으로서의 여진의 존재가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단위로 봐서는 여진의 존재가치는 다른 누구보다 명확하다. 여자 캐릭터가 없으면 여성 시청자는 남녀차별이라 들고 일어나고, 남자 시청자는 아예 채널을 돌려버릴지도 모르는 판이다. 또한 드라마라면 모름지기 멜로라인을 가져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도 여진은 필요하다. 별순검의 주된 멜로라인은 강승조 <- 여진 <- 김강우 라인으로 추정되는데, 8회까지 방영된 지금도 윤곽만 드러날 뿐,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별순검은 어찌되었든 수사드라마니까. 뭐 누가봐도 뻔한 김강우 <- 능금 <- 오덕 라인도 있다. 웃고 말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별순검이 CSI에 비해 극적인 재미가 훨씬 큰 것 같다. 현대적이고 화려한 기구들이 나오지 않는 비주얼적인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순검이 더욱 스릴있고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반전을 보여주는 이유는 러닝타임에 있다. CSI 시리즈는 길어야 50분 안에, 대개 두 개의 사건을 동시에 수사한다. 그런 구성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긴 하지만, 몰입도나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야기 자체도 그리 깊게 만들어 낼 수가 없는 단점이 있다. 산술적으로 50분을 두 개의 사건으로 쪼개면, 사건당 25분이 할당되는데, 그걸로는 이야기를 여러번 꼬아낼 수가 없다. 반면 별순검의 경우는 대개가 7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 무조건 하나의 사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도 거의 세 배에 달하는 디테일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긴장감과 몰입도, 반전이 주는 쇼크에서 재미요소를 찾는 수사물의 입장에서 보면, 이 긴 러닝타임은 대단한 장점일 수 있다.


TV가 없어 닥본사가 불가능한 것이 아쉽지만, 별순검은 어떻게든 기를 써서 꼬박꼬박 챙겨 볼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다. 모쪼록 시즌제를 공고히 유지하여, CSI 시리즈처럼 장수하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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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yo